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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허창수 회장 "이건희 회장 뜻 이어받아 '일등의 길' 걷겠다" 추도
"당신은 영원한 일등"…'반도체로 보국 실천한 기업인' 평가
2020-10-25 14:48:23 2020-10-25 14:48:23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소식에 "당신은 영원한 일등"이라며 "반도체 산업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사업보국을 실천한 기업인이셨다"고 회고했다. 
 
허 회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먼 곳으로 보내 드려야 한다니 가슴 속 깊숙이 느껴지는 비통함과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 주시고 사회의 아픈 곳을 보듬어 주시던 회장님이었다"고 이 같이 밝혔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소식에 "이 회장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사업보국을 실천한 기업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사진/뉴시스
 
허 회장은 "돌이켜보면, 회장님은 우리나라에서 전자제품을 가장 많이 구입하고 분해하셨을 정도로 무수한 전자기기를 다뤄 일찍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살 길은 바로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확신을 얻고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그룹 차원의 추진이 어렵게 되자 직접 사재를 털어 작은 반도체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추진했다"며 "우리 민족은 젓가락 문화라 손재주가 좋고 주거생활에서 청결을 중요시하기에 반도체 산업에 적합하다며 가능성과 당위성을 설파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를 향한 회장님의 열정과 노력은 마침내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며 "회장님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한 승부사였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1987년 4메가 D램 개발방식에서 회로를 위로 쌓는 스택으로 할 것인가 밑으로 파는 트렌치로 할 것인가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회장님께서는 스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트렌치 방식을 선택한 경쟁사들은 대량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율 하락을 경험했고, 이는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1993년 회장님은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웨이퍼의 크기를 6인치에서 8인치로 키워 양산하라고 지시했다"며 "실패하면 1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돼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회장님은 성공하면 생산량을 2배로 늘릴 수 있다며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고, 마침내 삼성은 93년 10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우뚝 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허 회장은 "회장님은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외친 개혁가였다"며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국내에서는 일류기업일지라도 세계무대에서는 한참 뒤쳐져 있다는 냉정한 자가진단을 내리시고 위기의식을 가지고 도약해 나가자고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는 "미래를 향한 뚝심 있는 전진은 연구개발, 우수인재 발굴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며 "이는 기술도 자원도 없는 한반도에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세계 1위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2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을 일군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허 회장은 이 회장을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라고 회고했다. 그는 "1995년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의 '불량제품 화형식'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무선전화 제품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높아지자 회장님은 15만대의 무선전화기들이 불구덩이 속으로 내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장님은 '이제는 양에서 질로 전환하자'를 선언하고 불량품이 있으면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중단하는 등 품질관리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며 "품질은 직원들의 인격이자 고객존중의 표현이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가는 원동력이라고 강한 책임감과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끝으로 허 회장은 "회장님이 걸은 길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초일류기업을 넘어 초일류국가를 향한 쉼없는 여정이었다"며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각고의 노력으로 변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 생명을 얻고 영속할 수 있다는 말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 후배들은 회장님의 그 큰 뜻을 소중히 이어받아 2등 정신을 버리고 일등의 길을 걸어가겠다"며 "이제 무거웠던 모든 짐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란다"고 회고를 마쳤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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