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인재육성·기술개발' 토대로…매출 10조 기업 390조 회사로 키워
1987년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 시가총액 396배 증가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선진 경영·활력 넘치는 기업문화 도입
위기 때마다 승부사 기질 발휘…과감한 투자 아끼지 않아
입력 : 2020-10-25 16:41:39 수정 : 2020-10-25 20:30:3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특유의 과감하고도 공격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도전자였던 삼성의 자리를 선구자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의 정경유착 중심에 서 있었다는 비판에도 그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오늘날 일류기업 삼성의 밀알이 됐다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이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만으로는 이 회장의 경영성과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하며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한 1993년은 이 회장 '혁신 경영'의 원년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터 변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인간미와 도덕성,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삼성의 전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보고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선회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은 1997년 한국경제가 맞은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623억달러(약 70조3000억원)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경영 활동 과정에서 이 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당시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했다.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으며 삼성의 임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경영학석사(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인재 육성과 함께 이 회장은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 기술인력을 중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기술적 저변을 확대했다. 사업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서를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러한 점유율의 배경에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2007년 세계 최초 64Gb 낸드플래시 개발,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과 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 '기술'이 있었다. 이는 '기술에 의해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믿음에 의해 가능했다.
 
매순간 위기때마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 삼성전자의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는 반도체와 휴대폰 탄탄한 입지는 모두 이 회장의 과거 과감한 투자 결단에 따른 산물이라는 게 현재 재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 회장은 불량을 뿌리 뽑기 위한 라인스톱제도 실시했다. 라인스톱제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혁신적인 제도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당시 삼성전자의 현주소에 대해 "생산 현장에 나사가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 삼성전자고 3만명이 만들고 6000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 낭비적인 집단인 무감각한 회사"라고 질타하며 품질에 대한 임직원들의 기본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산물량이 밀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인을 세워야 하는 생산 담당자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의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한편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톱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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