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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현 KIET원장 "탄소중립, 녹색 택소노미 등 실제적 정책 절실"
제조업 비중 30% 달해…독일·일본·미국보다 높아
"글로벌 경쟁력 인정…한국, 탄소중립 모범 보일 때"
"전력사용↑, RE100도 중요…산업별 특성 고려돼야"
"투자 불확실성 등 기업부담 완화 산업정책 필요해"
2022-02-23 06:00:00 2022-02-23 06: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탄소중립은 급격한 수요위축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산업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질서 있는 퇴출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이니셔티브,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특별법 제정, 투자촉진을 위한 녹색금융, 녹색 텍사노미(Green Taxonomy)의 현실화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22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산업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실질적 정책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30%에 달하고 있다. 제조 강국인 독일, 일본은 20%, 미국, 프랑스, 영국 등도 1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상 탄소중립은 산업생태계의 붕괴와 더불어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와 관련해 주현 KIET 원장은 "한국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와 같은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한국 제조업으로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조건과 경쟁력을 잘 활용해 '한국형 탄소중립 모범'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발전부문, 산업부문, 기타부문(수송, 건물, 농림 등) 나누는 등 부문별로 균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부문에서 공급하는 전기의 대부분이 산업분야에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부문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산업분야별로 보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6개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다. 직접배출과 공정배출만 보면 철강산업이 약 40%, 석유화학과 정유산업 22%, 시멘트 15%,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전기전자 8%, 자동차·조선을 포함한 기계산업이 1.2%다. 
 
전기사용에 의한 간접배출까지 고려하면 철강은 33%, 화학 22%, 시멘트 10% 수준이다. 반면, 전기전자는 25%, 기계산업은 7%로 높다.
 
주 원장은 "기계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력사용이 많기 때문에 RE100(기업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과 같은 에너지 전환이 산업부문에서도 중요하다"며 "산업부문에서의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와 함께 산업별 배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22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이니셔티브,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특별법 제정, 투자촉진을 위한 녹색금융, 녹색 텍사노미(Green Taxonomy)의 현실화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사진=산업연구원
 
정부는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2억6050만톤에서 2030년까지 14.5%, 2050년 80.4%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럼에도 2030년까지 전체 감축률이 40%인 점을 고려하면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는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다.
 
이에 대해 주현 원장은 "수소, 바이오 등 대체원료 공급의 불안정성과 혁신공정 기술개발 및 적용의 어려움을 고려해 산업부문에서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장은 "2050년 산업부문은 100% 감축이 아니라 여전히 5110만톤을 배출하는 90.4% 감축이 목표다. 이는 원료 자체에서 배출이 불가피한 시멘트, 화학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탈탄소화를 의미한다"며 "산업구조 재편, 혁신공정의 개발 및 적용, 원료혁신, 원료전환, 자원순환, 에너지 효율 향상이 동시에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산업부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50년까지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공정의 개발과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리한 탈탄소화 목표로 일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 관련해 주 원장은 "산업생태계 관점의 탄소중립 이행이 중요하다"며 "한국 산업은 산업간 연관관계가 높아 특정산업. 공정의 변화만으로는 탄소중립과 지속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제품혁신과 신수요 창출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야 한다. 주력제품의 구조전환이 중요하다"며 "저탄소 소부장(바이오, 이차전지 등), 그린 플랜트(친환경 공정, EPC등), 친환경 인프라(수소, 모빌리티 등)와 같은 신산업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낮은 기술수준, 투자 불확실성 등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산업정책도 필요 요소로 지목했다.
 
주현 원장은 "탄소중립 R&D 계획,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특별법 제정, 투자촉진을 위한 녹색금융,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의 현실화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단기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탄소저감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요금 감면, 탄소차액계약제도,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효과적 결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에 대한 산업부문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역, 중소기업, 노동 측면의 차질 없는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수요위축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산업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이해관계자로서 노동,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이 산업구조 재편 속도를 결정하고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시장)도 저탄소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관련 제품의 가격상승을 수용할 수 있어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6월 제 22대 산업연구원장에 취임한 주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과 산업연구원 부원장, 통계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22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단기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탄소저감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요금 감면, 탄소차액계약제도,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효과적 결합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사진=산업연구원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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