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예보 유착 의혹 배경엔 ‘김동원 지분 0.03%’
2026-07-15 06:00:00 2026-07-15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가 최근 한화생명(088350)과 예금보험공사(예보)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요구한 배경에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미미한 지분(0.03%)이 자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원 사장은 현재 형제들과 함께 보유한 한화(000880)((주)한화) 지분으로 한화생명을 사실상 간접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금융 계열 독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김 사장의 한화생명 지배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예보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 2027년 말 청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화생명 잔여 지분 10%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실제 예보는 주식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적자금을 정상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지만, 김동원 사장 입장에선 낮은 주가 덕분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취득이 수월해집니다.  
 
한화 인적분할에 금융지주 독립론 촉각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는 이날 제75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안건이 통과되면 다음 달 1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재편됩니다.
 
이번 분할안은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 아래에 한화비전(489790)·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기술 부문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452260)·아워홈 등 유통 부문을 편입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오너 3세 경영승계의 첫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에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조선·에너지와 차남 김동원 사장이 맡아온 금융 부문이 남고, 신설법인에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의 유통·레저·로보틱스 부문이 배치됩니다.
 
특히 금융 부문은 산업 부문과 달리 자본규제와 배당정책 등 독자적인 경영 논리가 적용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별도 지배구조를 갖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주)한화는 지난 1월 최대주주 간 계열분리나 지분 교환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금융 계열의 독립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사장도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금융사업 확대를 주도하며 최근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추진하는 등 생명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을 아우르는 종합금융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지배력 강화 숙제
 
한화생명 외형 확장과 달리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개인 지분은 0.03%에 불과합니다. 
 
금융 계열 지배구조 정점에 선 한화생명은 상반기 기준 △한화손해보험(000370)(63.3%) △한화생명(088350)금융서비스(100%) △한화자산운용(100%) △한화저축은행(100%) △한화라이프랩(100%) △한화손해사정(100%)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30.18%)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 아래로 캐롯손해보험(98.3%)과 히어로손해사정(70.0%)을, 한화자산운용 아래로 한화투자증권(003530)(45.24%)을 두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 지분 확보가 금융계열 전반의 지배력과 직결되는 배경입니다.
 
형제들과 비교해도 김 사장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3월 (주)한화 보유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4.86%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씩 나눠 받았습니다. 이후 최근 한화에너지 지분 재편까지 더해지면서 형제들의 승계 구도도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김동원 사장의 지분 5%와 김동선 부사장의 지분 15%를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유지하며 승계 구도의 중심에 섰고,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증여세를 크게 웃도는 현금을 확보해 향후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실탄을 마련했습니다.
 
반면 김동원 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이 20%로 줄어든 데다 한화생명 개인 지분도 0.03%에 그쳐 금융 계열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과제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최소 10% 이상의 한화생명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하고 있는데요. 최근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가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지연과 한화생명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배경에도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박판서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 대표자와 주주 1명이 14일 오전 10시30분 감사원을 찾아 한화생명 공적자금 회수 의무를 가진 예금보험공사와 김성식 예보 사장을 상대로 하는 공익감사청구서를 접수했다. (사진=연대)
 
예보·한화생명 "유착 사실 아냐"
 
시장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10%를 주당 5000~7000원 수준에서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2027년 말 예금보험공사채권상환기금 청산 시한을 앞세워 김동원 사장의 금융 계열 지배력 강화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예보는 외환위기 당시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한화생명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1조원가량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손실 없이 회수하려면 주가가 1만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4000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한화생명은 자사주(13.49%)를 소각하지 않았고 배당도 중단한 상태입니다. 예보 역시 2018년 이후 추가 매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도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에는 2002년 대한생명 매각 당시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라 예보가 추천한 공적자금 회수 담당자들이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 20년간 예보 출신 선임 사례만 모두 9건에 달합니다. 2018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이후에는 현직 대신 예보 사장·부사장·이사 등 퇴직 고위직이 같은 역할을 맡았습니다. 
 
일각에선 한화생명이 향후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예보 지분 10%를 매입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동원 사장 입장에선 예보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오버행 이슈도 사라집니다. 실제 예보는 지난 2015년(5203억원)과 2017년(1739억원)에 걸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자금을 회수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김동원 사장이 지분을 많이 가진 한화에너지 등 그룹 내 핵심 법인이 이 물량을 인수하더라도 승계 구도에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주연대는 오버행 해소방식과 가격에 따라 자신들이 입을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보가 2018년 이후 추가 매각이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양측의 이해관계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예보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이 경영 감시 역할을 맡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행동은 없었다"며 "김동원 사장의 금융부문 승계를 위해 보유 지분을 헐값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예보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예보의 역할과 금융 전문성을 고려해 선임된 것"이라며 "퇴직 임원 선임을 근거로 한화생명과 예보의 유착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한화생명 관계자도 "한화생명과 예보 유착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왼쪽)와 한화생명 간판. (사진=뉴시스, 한화생명,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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