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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반도체도 자국 우선주의…'무기화' 움직임
(전자산업의 쌀②)인플레·고환율·고물가 '3고'에 빗장
미국·일본 등 역대급 투자…소부장도 '국산화' 시급
2022-09-28 06:00:10 2022-09-28 08:22:21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각국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플레이션,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을 동반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리쇼어링(생산기지의 국내 이전) 등을 바탕으로 기초 기술 '무기화'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전세계 각국은 자국 반도체 관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 기술 유출 방지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쳐오고 있다. 이는 기초 기술부터 소재·부품·장비 등 '소부장'까지 전영역에 걸쳐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자국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이른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을 바탕으로 자국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P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강력한 법안을 밀어붙이며 '반도체 본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과학법의 경우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안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반도체 기업들의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서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전체 출하량 기준 약 40%의 낸드플래시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의 48%를 현지 우시 공장에서 출하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다롄에 있다.
 
미국의 강경 전략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공장 2곳을 가지고 있고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에 나섰다. 또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미국 내 11곳에 달하는 공장 신·증설 잠정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220억 달러(약 29조원)의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투자는 막되, 본국으로 향하는 현지 투자는 늘린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과거 중국으로 향하던 투자들이 미국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대결구도는 2019년부터 촉발됐다. 당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에 올렸다. 이후 모든 반도체 공급이 차단되면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3강 구도였던 스마트폰 시장은 칩을 공급받지 못한 화웨이가 몰락하면서 양강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중국 투자가 둔화가 될 것같고 미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나 대만도 이미 중국에 최신 공정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고 다만 중국에서 투자를 요청하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나라도 대기업 뿐만 아니라 소부장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초 기술 확보에 목숨을 걸어야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19년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산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일본은 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고 같은해 8월에는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바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핵심이 되는 장비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성기 원익IPS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은 "국내에 들어와있는 반도체 장비 대다수가 미국과 일본의 장비"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국가 관계가 또다시 틀어지거나 하면 공장 라인이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지원법안을 정비하고 일본 남부 규슈의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하는 TSMC에 투자액의 최대 50%를 보조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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