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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생은 아름다워’ 염정아 “알 수 없기에 인생 아닌가요”
“촬영 끝나고 지금까지 5~6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얘기다”
“류승룡, 내겐 남편 ‘강진봉’ 그 자체, 자연스럽게 ‘진봉’ 마음 와 닿아 눈물”
2022-09-28 01:00:01 2022-09-28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7080세대에게 염정아는 미스코리아를 설명하는 대명사 같은 존재였다. 동양적 미와 서구적 미 모든 것을 더한 그의 아름다움은 당시로선 파격 그 이상이었다. 다른 영역의 존재가 드디어 연예계 등장했다며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도 그에 대한 관심을 쏟았다. 당시로선 여배우들의 최고 상징과도 같은 책받침 스타대열에도 합류한 흔치 않은 여배우였다. 그런 염정아에게도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실 조금은 아쉬울 듯하다. 염정아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말이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염정아도 엄마’ ‘아줌마역을 도맡아 오기 시작했다. 물론 현실에서도 그는 엄마. 그가 엄마를 연기하는 게 이상할 리는 없다. 달리 이상한 것이 아닌 그에게 세월의 흐름을 요구하는 것이 더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아쉬움을 더 아쉽게 하는 것일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과 이 영화 속 상징과 이 영화 속 존재가 염정아란 배우를 통해 더 절실하고 절절하고 또 공감되게 그려졌던 것은 아닌지 모른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오세연이란 인물을 연기한 배우 염정아의 모습은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꽤 많이 남게 될 듯하다. 팬들의 기억에도 그리고 염정아 본인의 기억에도 말이다.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중 염정아의 상대역인 류승룡과의 인터뷰에서도 알게 된 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관계자를 통해서도 전해 들은 얘기다. 염정아가 그렇게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단 얘기. 이미 영화의 시놉시스를 통해서도 공개가 된 내용이다. 극중 염정아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그는 폐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누구라도 눈물이 흐르고 누구라도 가슴이 아플 것이다. 당사자인 염정아는 오죽할까 싶었다.
 
세연의 삶이 너무 가여워요. 진짜 2020년에 촬영 마무리되고 기술 시사를 통해 처음 본 뒤 며칠 전 언론시사회와 일반 시사회까지 봤어요. 5번인가 6번인가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바로 어제(20) 일반 시사회에 몰래 가서 봤어요. 매니저하고 둘이 갔는데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관객들 사이에서 몰래 봤죠. 특히 여성 관객들이 그렇게 우시더라고(웃음). 그 눈물에 나도 또 울고. 휴지 건네 드리고 싶었어요.”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상당히 오래 전이다. 이미 촬영을 끝낸 지 너무 오래돼 기억이 잘 안 날 것도 같았지만 떠올려 보니 또 금방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샘솟는 것 같단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된다고 확신을 가졌다고. 노래를 자신이 있는 가창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감각도 사실 좀 무디다고. 참고로 염정아는 배우들 사이에서 몸치로 유명하다. 본인도 인정하며 웃는다.
 
제가 노래하고 춤에 자신이 있어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죠(웃음). 근데 읽어보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쥬크박스 뮤지컬이잖아요. 우리가 다 아는 히트곡이 사용되는 데, 노랫말에 이미 내용이 다 있잖아요. 가사와 대사를 보는 데 너무 가슴에 와 닿는 거에요. 보통 히트한 노래 들으면 감정이 뜨거워지잖아요. 딱 그렇더라고요. 이거 되겠다 싶었죠.”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출연 결정을 했으니 이제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그의 상대역인 류승룡은 데뷔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사전 준비를 한 작품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단언했었다. 염정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 연습은 물론 춤 연습까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빠져 들었다고. 노래는 대충 시간을 따져보니 1년 이상을 연습한 것 같았다. ‘여배우계의 대표 몸치로 유명한 염정아에게 춤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진짜 둘다 연습만이 살길이었죠(웃음). 먼저 노래는 1년 이상 했던 것 같아요. 촬영 전부터 시작해서 촬영 중간중간 그리고 본 녹음을 때까지. 음정 박자부터 호흡하는 방식까지. 진짜 세세한 것 전체를 다 배웠어요. 뭐 지금은 다 까먹었죠(웃음). 춤은 정말 하하하. 그냥 거의 매일 연습실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본 촬영은 또 추울 때 해서 몸이 뻐거덕거려서 혼났어요(웃음).”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쥬크박스 뮤지컬이란 장르 때문에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출연을 결정했다고 했을 정도다. 14곡 정도가 영화 속에 삽입돼 스토리를 이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노래가 7080세대에게 맞춰진 곡이라 염정아에겐 상당히 낯익다. 노래 가운데에는 꽤 즐겨 부르고 또 좋아했던 곡도 있어서 기억이 새로웠다고 한다. 그런 점이 연기를 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됐단다.
 
귀에 익은 노래라서 분명 연기에도 도움이 됐죠.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말 좋아했던 곡이에요. ‘세월이 가면은 제 세대라면 누구나 다 좋아했던 곡 아닌가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정말 제일 좋아하게 된 곡은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죠. 저희 영화와 완전 찰떡 궁합 같았어요. 노래 가사가 정말 와(웃음). 정말 숨은 명곡이더라고요.”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래 연습에만 무려 1년 이상을 투자했다. 그리고 극중 노래는 당연히 직접 불렀다. 촬영 전 가이드로 한 번, 본 촬영에서 동시 녹음으로, 그리고 촬영 이후 후시 녹음까지. 무려 3번을 같은 노래를 불렀다. 직접 부른 여러 노래 중 가장 염정아를 괴롭힌 곡이 있을까 싶었다. 곰곰이 생각할 줄 알았다. 염정아는 단 번에 한 곡을 꼽았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우 진짜 잠도 오지 않는 밤에는 키가 너무 높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키를 좀 낮춰 부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부른 가이드 곡을 제가 들어보니 그 노래 맛이 안 살아 나더라고요. 그 씬 자체가 다 죽어 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키를 높여서 불렀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 보컬 트레이닝 엄청 받고 부른 노래에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다시 부르라고 해도 절대 못 불러요(웃음)”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는 극중 자신의 남편으로 등장한 배우 류승룡에게 너무도 감사함을 전했다. 류승룡이 연기한 강진봉은 표면적으론 정말 못된 남편이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모두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숨은 역할을 담당한다. 류승룡이 아니라면 절대 살려낼 수 없는 그런 캐릭터가 바로 강진봉이다. ‘강진봉이 있었기에 염정아가 연기한 오세연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을 정도다.
 
그냥 저한테는 진봉그 자체였어요. 그러니 보셨겠지만 그냥 진짜 부부 같았잖아요(웃음). 너무 고마운 동료에요. 마지막에 뜨거운 안녕부를 때 또 눈물 나더라고요. 지금도 눈물 나려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남편 진봉의 마음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때 내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데 그냥 나도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그걸 갖고 인터뷰에서 염정아가 앞에서 눈물 흘려줘서 고마웠다고 하시니 내가 더 고맙죠(웃음)”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느 쪽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묘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 영화는 오세연이란 인물의 죽음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그리고 오세연이 떠난 뒤 남겨진 가족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의 추억과 행복했던 시절이 스크린에 펼쳐지지만 이 영화는 오세연에겐 특별한 상징과도 같은 얘기를 그린다. 자신의 장례식을 보고 떠나는 흔치 않은 선물과도 같은 경험 말이다.
 
저도 이 영화 촬영하고 나니깐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죽음? 이전까진 사실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그냥 오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 되고. 근데 이 영화를 하면서 죽음이 온다면 저렇게 다가오고 또 저렇게 받아 들일 수도 있겠다싶더라고요. 마지막 장례식이 보고 싶은 사람들 보면서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마지막을 장식하면 정말 행복할 수 있겠다 싶긴 하더라고요. 그런 마지막도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즐겁고 행복할 듯하네요(웃음). 인생, 정말 아름답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게 인생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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