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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테마 갈아타는 이엔플러스, 이번엔 2차전지…현실성 있나
암 치료→그래핀→배터리, 5년 간 3개 테마 편승…수익 성과는 전무
신사업 추진 땐, 대규모 CB 발행…3년만에 발행 주식 수 100% 늘어
연간 4톤 그래핀 양산한다던 스탠다드그래핀…지난해 전액 손실 처리
2022-10-25 06:00:00 2022-10-25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소방차 제조업체 이엔플러스(074610)가 나노 암치료 기술, 그래핀에 이어 이번엔 전기차용 각배터리 사업 진출을 예고하며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엔플러스는 과거에도 각종 테마에 맞춰 신사업 진출을 예고했지만, 현재까지 본업 외에서 전혀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번 2차전지 사업도 성과를 보지 못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엔플러스는 최근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소방 사업 및 이차전지 공장 증축 및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엔플러스는 삼성SDI(006400)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전극 및 도전재를 적용한 각형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최근 2차전지 테마주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각형 배터리 개발 소식을 발표한 20일 주가가 27.13% 급등했으며, 전일까지 3거래일간 주가가 38.76% 뛰었다.
 
이엔플러스는 이달 중 화성 공정에 추가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오는 11월 말부터 본격적인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생산 및 판매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이엔플러스는 최근 5년간 각종 테마에 올라타며 대규모 자금조달을 이어왔지만, 실제 성과를 본 사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엔플러스의 전신은 소방용 기계, 기구 등의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새서울산업주식회사다. 지난 2003년 스타코넷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2006년 이엔쓰리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7년에는 나노메딕스로 변경했고, 현재 사명인 이엔플러스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엔플러스의 테마주 편승은 최대주주가 오에스티에이로 변경된 2017년 시작됐다. 당시 제약·바이오섹터의 버블이 정점을 찍던 시절로, 신라젠(215600)의 급등과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상장 등으로 제약·바이오주 벨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진 바 있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코스피 제약지수는 2배 넘게 급등했다. 
 
이엔플러스도 당시 자회사인 네오나노메딕스 코리아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배성태 교수 팀으로부터 저주파 열충격 암치료기기 등과 관련된 전세계 독점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밝히며 주가가 급등했다. 2017년 10월 3000원대였던 주가는 2018년 4월 2만7800원까지 오르며 9배 가량 폭등했다.
 
바이오 사업 진출과 함께 사명도 이엔쓰리에서 나노메딕스로 변경,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2017년 9월 타법인 출자를 위한 70억원(5회차) CB를 발행한 데 이어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신규사업 목적으로 총 420억원(6~9회차)의 CB를 발행했다.
 
당시 이엔플러스는 이미 동물용 열충격 암치료제 및 치료기기는 상용화 상태로 곧바로 제작 판매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관련분야 성과는 없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엔플러스가 공시한 ‘단일판매·공급계약’은 모두 주력사업인 소방제품 관련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산제품 품목에 암 치료기는 없으며, 제약·바이오 관련 매출은 전무하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이엔플러스는 그래핀 테마가 한창이던 지난 2019년 또다시 테마에 편승했다. 당시 나노메딕스는 스탠다드그래핀이란 비상장사 CB에 150억원을 투자 대주주 위치에 올랐고, 향후 6개월 안에 연간 4톤 규모의 그래핀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 홍보했다. 여기에 스탠다드그래핀이 미국 수(水)처리 업체와 4년간 최소 1000억원에 달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주가가 급등했다. 2019년 5월 3000원대로 복귀했던 주가는 수처리 공급계약 체결 소식에 11월 1만3250원까지 오르며, 4배 이상 올랐다.
 
당시에도 이엔플러스는 대규모 CB를 발행했다.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타법인 취급 및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CB만 400억원(10~13회차)에 달한다. 다만, 이엔플러스가 스탠다드그래핀을 통해 확보한 매출은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선 150억원의 스탠다드그래핀 CB마저 전액을 평가손실로 잡으며, 장부금액을 0원으로 처리했다.
 
이에 시장에선 이엔플러스의 2차전지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용 2차전지 양산이 전문 연구원들도 없이 한명의 관리자와 수백억 투자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2차전지의 생산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엔플러스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밝힌 것처럼 현재 각배터리 개발을 완료했고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암치료와 그래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스탠다드그래핀의 평가손실 처리나 관련 사업 내용은 내부계획이라 말할 수 없다”며 “암치료 관련 사업은 현재는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엔플러스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발행된 CB들은 이미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 상태다. 이엔플러스가 암치료 신사업과 그래핀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행한 CB규모는 총 890억원에 달한다. CB를 통해 발행된 신주는 총 2217만6809주로 2017년 말 발행주식총수(2188만6139주)의 101.33%에 해당한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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