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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국인 이주노동자 '열악한 숙소' 여전…나몰라라 '관리 감독'
조립식 패널·비닐하우스 등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 최악
매년 5만명·작년만 8.5만명 입국…일손 부족에 입국 앞둬
허가 받을 때만 숙소구하는 등 부적절 사례 여전해
하지만 고용허가 불허 건, 농어업 12건·제조업 등 20건에 그쳐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도 문제…수시 근로감독 숙소 보장해야"
2023-01-10 06:00:00 2023-01-11 11:05:02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들이는 사업장의 고용허가 기준에 '숙소 규정'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가 필요한 당시에만 숙소를 구한 후 부적절한 장소를 제공하는 등 관리감독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손 부족 사태로 제조업, 농·축산·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9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국회의원에게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정부의 2021년 1월 '농어업 주거환경 개선지침' 시행 이후 지난해 8월 31일까지 20개월간 농·축산·어업 분야의 고용불허 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농·축산·어업보다 반년 늦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제도를 시행한 제조·건설·서비스업의 불허 건수도 20건에 그치고 있다. 주거환경 지침이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영섭 이주노조활동가는 "매년 입국하는 이주노동자 수가 5만여명에 달하는데 전체 불허 건수가 10~20건에 그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노조로로 들어오는 상담 사례만 봐도 숙소가 열악한 경우가 다수인데, 이 같은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집계를 보면 매년 고용허가제로 국내 입국하는 이주노동자수는 5만명 내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지연 입국을 포함해 총 인원은 8만5000명에 달한다. 이들의 99%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숙소의 상당수는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등으로 인권 문제가 지속돼왔다. 농어촌 분야 숙소의 경우 기준 미달률이 70%를 넘어선다는 고용부의 연구용역 결과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는 지난 2020년 12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영하 20도의 날씨에 비닐하우스 내 패널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인 누온 속헹 씨가 동사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농·축산업 신규·사업장 변경·재입국특례·재고용 등으로 고용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제도 2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허술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1년에 외국인력 쿼터가 5만여명으로 상당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업무 과정에서는 전화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 전산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주노조 측 입장에서는 편법사례를 들어 고용부의 행정력이 충분히 미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영섭 이주노조활동가는 "사업주들이 고용허가를 받을 때는 편법으로 원룸이나 빌라 같은 곳을 숙소로 해두고 실제로는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숙소가 열악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이 또한 사업주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정영섭 활동가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해도 사업주들은 '노동자가 원한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고용허가 신청 시 가설건축물을 주거시설로 제공하는 등 '가설건축물축조 신고필증' 제출 제도도 지적 사항으로 꼽았다. '허가'가 아닌 '신고' 제도인 만큼, 컨테이너 두 개만 쌓아 올려도 신고필증은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고필증 접수 업무를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어 고용부가 책임을 지자체 측에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활동가는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공장 앞마당에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놓은 임시 건물을 지자체에 임시숙소 용도로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신고를 하면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대한민국 농어업이 지속될 수 없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라며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용부의 현장 수시 근로감독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간이 살 수 있는 숙소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9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농어업 주거환경 개선지침' 시행 이후 지난해 8월 31일까지 20개월간 농·축산·어업 분야 고용불허 건수는 12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이주노동자 숙소 모습. (사진=민주노총)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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