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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년 수조원 쓴다던 대한항공, 9년간 항공기 취득금 고작 2천억
감가상각 2조, 처분액 1조…장부가는 소폭 증가
앞뒤 안 맞는 공시…“항공기 실구매가 회계처리 불투명”
2023-03-21 08:00:00 2023-03-21 08: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한항공이 매년 항공기 도입에 수조원을 쓴다고 공시했지만 9년간 항공기 취득금액으로 명시한 돈은 합계 2000억여원에 불과했습니다. 항공 제조사의 반값할인 폭로에다 검찰이 수사 중인 대한항공 전 임원에 대한 에어버스의 뇌물 의혹까지 제기돼 있는 가운데 앞뒤가 맞지 않는 항공기 자산 수치가 많아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통상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에 가장 많은 투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한항공이 매년 공시한 항공기 취득 금액은 매우 적었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5년 항공기 19대를 도입해 투자액 2조5100억원이 들 거라고 공시했었습니다. 2016년에는 18대, 2조5300억원, 2017년엔 17대, 2조2100억원 등 각각 도입 항공기 대수와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알렸습니다. 대한항공이 2015년 표시가격(List price) 기준으로 공시한 신규 항공기 62대 구매(에어버스, 보잉 등)에 77억달러(약 10조원) 정도 투자할 것이라고 공시했던 점도 고려하면 원화로 공시한 투자액도 표시가격 기준인 듯합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항공기 취득에 쓴 돈은 2217억여원에 불과했습니다. 할인을 받았다고 해도 너무 적습니다. 9년간 항공기 감가상각 총액은 2조3415억원이었습니다. 또 9년간 항공기 처분액은 총 1조446억원이었습니다. 감가상각과 처분액이 취득금액을 훨씬 초과해 장부가는 줄어들어야 마땅하지만 작년 항공기 장부가는 2조3623억원으로 9년 전 2조3013억원보다 609억원 늘어나 있습니다.
 
김두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프랑스금융검찰(PNF)이 에어버스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에어버스 전략마케팅부서(SMO)가 대한항공 전 고위 임원에게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이면에 2011년 등 수차례에 걸쳐 대략 1500만달러(약 200억원)의 뇌물을 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PNF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국내 검찰이 뇌물 수수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이러한 회계 의혹 때문에 대한항공은 더더욱 공시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했지만 항공기 자산 변동흐름을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은 기타증감을 통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또 통상 항공기 구매 등 자산 투자금에 비해 처분액이나 영업자산 이익이 적으면 유형자산 손상액을 표기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생략돼 있습니다.
 
리차드앤더슨 전 델타항공 CEO는 2015년 실적발표에서 10년 된 보잉(777-ER)항공기가 보잉과 전문감정회사가 제시했던 5000만달러 남짓 금액이 아닌 1000만달러였다고 폭로해 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습니다. 이 항공기는 당시 대한항공도 보잉과 구매계약을 체결한 기종에 속합니다. 항공기 자산가치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돼 대한항공이 공시 정보의 구체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제보자는 “10조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면 실제 납입금액은 할인을 받아 반값일 텐데 전액을 다 지불했다면 회사에 할인 부분 손실을 일으킨 배임이고, 할인을 받은 금액은 회사에 귀속돼야 하는데 공개하지 못한다면 횡령 의혹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자산을 국제회계기준에 의하여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본계정 대체를 포함한  항공기(기체), 엔진, 사용권자산 항공기"의 자산 변동내역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한항공 항공기 탑승 수속을 밟는 여행객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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