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플랫폼)②무료배달 치킨게임…상처만 남은 전쟁
배민 수수료 인상 후폭풍…비토 여론 확산
치열한 배달 경쟁…쿠팡 공세→배민 수성 방식
'수익성 제고'로 돌아선 배민·쿠팡…서로 다른 속사정
생태계 교란·갑의 횡포…상처만 남은 배달 플랫폼
배달 플랫폼 간 경쟁으로 소비자 피해 전가 우려 여전
2024-07-31 06:00:10 2024-07-31 06:00:1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배달 플랫폼 간 무료 배달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애초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무료 배달이 시작됐지만, 출혈경쟁으로 격화되면서 배달 플랫폼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만 남기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 경쟁의 결과는 종국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집니다.
 
30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 1일부터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율를 9.8%3%포인트 인상합니다. 그간 수수료와 관련 업주들이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 속 단행되는 조치인데요. 후폭풍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시민단체와 자영업 단체들은 배민이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정부는 비토 여론 속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직·간접적인 압박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스토마토)
 
쿠팡 공세배민 수성·요기요 생존 대응
 
그간 배달 플랫폼 업계는 국내 1400만명 와우 회원을 무기로 한 쿠팡이츠의 진격에 배민이 수성을 위한 맞불 전략을 내놓는 형태로 경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해 4월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배민도 상시 10% 할인쿠폰으로 맞대응한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요기요 역시 생존을 위해 배달비 무료 혜택 등이 담긴 유료 구독 멤버십 요기패스X를 개편하며 참전했습니다.
 
국내 9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 3사의 경쟁은 올해 무료 배달로 한층 더 치열해졌는데요. 쿠팡이츠가 지난 3월 와우 회원 대상 무료 배달도입을 선언하자 배민도 10% 할인 대신 배달비 무료 정책을 발표했고, 요기요 역시 요기패스X의 구독료를 절반으로 낮췄습니다.
 
배민 오토바이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경쟁 양상…목표는 수익성 제고
 
배달 수수료 무료에 따라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으로 비춰졌던 이 같은 경쟁의 양상은 뒤이은 별도의 수익성 제고’ 방침 적용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4월 쿠팡이 와우 멤버십월회비를 8월부터 약 58%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배민은 배달비 무료 혜택이 들어간 유료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도입을 밝히는데요. 현재 배민클럽은 무료 체험 기간으로 운영 중이지만 내달 20일부터 유료화로 전환됩니다. 또한 배민은 업계 최저수준을 고수했던 중개 수수료 역시 쿠팡이츠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격 인상합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경우 배민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구독 멤버십을 인상하더라도 로켓배송, 쿠팡플레이(OTT) 등 다른 서비스에 따른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에 따라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격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쿠팡 배송 트럭 (사진=연합뉴스)
 
반면, 배민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른데요. 지난해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깜짝 실적을 거뒀지만, 계속된 출혈경쟁에 따른 경영 압박이 수수료 인상·유료 구독 멤버십 출시의 배경인 것으로 업계 안팎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구독 멤버십이라는 고정적 재원을 통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어왔지만, 배민의 경우 그렇지 못해 재원 확보에 관한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경영 압박과 관련해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영향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4억유로(6000억원)의 과징금을 받을 위기에 처한 DH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배민에 수익성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DH는 지난해 배민의 호실적에 4127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바 있습니다.
 
여기에 호실적을 써낸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더불어 중개 수수료에 따른 비토 여론 확산에도 임시 대표체제에서 인상을 발표한 사유에 대한 의구심 등은 DH의 영향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입니다.
 
'수수료 인상' 배민 규탄 위해 팻말 든 라이더-자영업자들 (사진=연합뉴스)
 
상처만 남은 배달 플랫폼…소비자 피해 전가 우려도
 
결국 점유율 확보를 위한 배달 플랫폼 간 무료 배달 전쟁은 승자 없이 상처만 남게 됐는데요. 쿠팡엔 배달 시장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배민엔 대형 플랫폼의 수수료 갑질 횡포라는 비판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요금을 내고 차별화된 편익을 받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하지만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한테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업주 부담을 늘리면서 자신들은 손해를 안보는 쪽으로 설계를 하는 등 시장 구조 자체를 왜곡시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료 배달격화에 따라 시장 구조가 왜곡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한데요.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용에 대한 전가가 점주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식품 가격, 배달 음식 가격에 포함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마치 혜택을 주는 것처럼 무료 배달 홍보를 하고 소비자를 유입시키지만 결과적으로 거래 단계 맨 끝에 있는 소비자들이 비용을 전가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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