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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6일 13: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기업공개(IPO)시장에서 대형 딜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과 새로운 IPO 제도에 대한 경계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6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IPO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증시 호황에도 IPO 시장 훈풍은 '아직'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IPO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005940)과
삼성증권(016360)을 선정했다. 이번 케이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에 4번째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IPO를 추진했지만 당시 국내외 불확실성 가중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올해 상반기 IPO 시장에선 케이뱅크 외에도 시장의 기대감을 모은 대형 IPO가 잇달아 무산됐다. 기업가치가 최대 7조원까지 평가되는 DN솔루션즈가 일정을 미룬 데 이어 롯데그룹 물류사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달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
실제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44곳이다. 이는 2023년(81곳), 2022년(69곳), 2021년(73곳)과 비교해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와 증시 불황 여파다.
7월 IPO 제도 개편 전 '눈치보기'
국내 증시는 이달 초순부터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 상법 개정과 같은 친시장 정책 기대감으로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증시 활황은 IPO 시장에서도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과 IPO 간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IPO 제도 개편 이전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금융위원회)
새 제도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알려졌다.
개선안에 따르면 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기간이 늘어나고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 외에 공모가 산정에서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는 소규모 사모운용사와 투자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과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발행기업과 주관사가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코너스톤 제도 도입,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 강화 등이 포함됐다.
제도 개편안에 따라서는 기관투자자 간 희비가 엇갈린다. 공모주 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개편안 도입을 통한 시장 왜곡 감소를 기대한다. 이전 기관투자자의 치고 빠지기식 거래가 줄어 안정적인 펀드 운용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단기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삼는 하이일드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IPO 대신 저등급 채권이나 메자닌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IPO 주관 시장도 제도 개편에 대해서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주관사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단순히 기업의 기술 역량이나 미래가치보다 매출 추이, 손익 개선 계획 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에 집중해 IPO 기업을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IPO 시장 변곡점 지났다…하반기 향방은
제도 개선안 시행 후 첫 대형 IPO는 대한조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 24일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전일 신규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이 승인된 직후 제출한 것으로, 대한조선은 이르면 내달 중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한조선 IPO는 사실상 하반기 유일한 조단위급 대형 IPO가 될 전망이다. 총 공모 예정 주식수는 1000만주로 희망 공모가는 4만2000원에서 5만원으로 제시됐다. 공모총액은 희망가 하단 기준 4200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조6181억원이다. 오는 7월11일부터 17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7월 내 일반청약과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IPO 제도 개편 이후 첫 대형 IPO인 만큼 대한조선 IPO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대한조선 IPO를 통해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심사 방향, IPO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O주관 시장의 선도 증권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은 점도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 호황과 IPO시장의 향방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긴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다만 하반기 이후의 시장의 전망에선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IPO는 시작 단계부터 상장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며 “상반기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의 불황이 있었지만 제도 정착과 안정화가 이뤄지는 하반기는 기대해볼만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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