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연구개발(R&D) 부문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업계 선두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회복기에 대비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배터리 전기차. (사진=연합)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 상반기 미래기술원 직할 조직으로 ‘파우치 셀투팩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조직은 배터리 모듈 단계를 생략하고 셀을 팩에 직접 결합하는 셀투팩 기술의 상용화를 담당합니다. 해당 기술은 에너지 밀도 향상과 동시에 제조 공정 단순화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SK온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미래기술전략팀’을 미래기술원 산하에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이는 기존 대전 소재 ‘SK온 배터리연구원’을 ‘SK온 미래기술원’으로 명칭 변경한 데 이어진 후속 조치로, 기술 중심 경영 체제 전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연구개발 거버넌스를 재구축했습니다. 기존 김동명 사장 직속이었던 미래기술센터를 최고기술책임자 소속으로 이관해 연구 전문성을 강화했습니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핵심 연구개발(R&D) 조직인 미래기술센터의 위상 변화는 기술 역량 집중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AI·빅데이터센터’와 ‘제조지능화센터’를 각각 ‘AI·빅데이터 그룹’과 ‘제조DX그룹’으로 승격 개편하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삼성SDI는 대표이사 직속 ‘공정·설비 R&D센터’를 ‘생산기술연구소’로 명칭을 바꾸며 연구개발 기능을 부각시켰습니다. 이 조직은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분석됩니다.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 투입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 역량 집중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와 건식 공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으며, 건식 공정은 전극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을 목표로 올해 내 고용량화 및 양산 기술 완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2028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SK온도 건식 캘린더 공정 파일럿 플랜트를 지난해 미래기술원에 설치했으며, 올 연말 믹싱 공정 파일럿 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 전략 발표에서 건식 전극 공정 도입으로 전극 제조 비용을 최대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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