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방한 중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재계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을 이어가며 사업 협력 논의에 나섰습니다.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글로벌 사회공헌 방안 협력을 다졌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소형모듈원전(SMR) 및 백신 사업 협력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게이츠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오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과거 하수 처리 시설이 필요 없는 ‘친환경 화장실’(RT) 프로젝트로 협력을 한 바 있습니다.
게이츠 이사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SK가 2대 주주인 미국 테라파워의 SMR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관련 전략적 협력 방안과 함께 10년 이상 이어져온 백신 분야 협업의 확장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SMR 안전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에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경우 앞으로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K)
이날 만찬 회동에서 SK그룹과 게이츠재단은 공공 백신 분야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10년 넘게 저소득·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근성 확대를 협력해온 양측은 앞으로도 글로벌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 중인 차세대 팬데믹 대응 백신 등 예방의약품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 가능성이 논의됐습니다.
SK그룹과 게이츠재단 측은 이날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쇄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미 협력 기반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 등 협의를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동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SK와 테라파워는 SMR 투자와 기술 개발,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사업용 원자로 개발 경과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2040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해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정부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제도 도입 등을 산업부에 요청했습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22일 만나 SMR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HD현대)
같은 날 게이츠 이사장은 테라파워의 또 다른 협력사인 정기선 부회장을 만나 ‘나트륨 원자로’의 공급망 확대 및 상업화를 위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테라파워가 개발한 ‘나트륨 원자로’는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갖춘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4세대 SMR로 높은 열효율과 안전성, 기존 원자로 대비 40% 적은 핵폐기물 용량 등 현존하는 SMR 가운데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 부회장은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사 간 협력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차세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HD현대는 SMR 분야 기술 및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테라파워에 나트륨 원자로의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또한 기존에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나트륨 원자로의 글로벌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공급망 확대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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