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고용불안 해소가 진짜 통합”
문형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 인터뷰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지만 고용불안 여전”
“문화 차이 극복 없이는 안전 담보 어려워”
“기장 승격 해법, 노조 간 머리 맞대고 찾자”
2025-09-02 17:29:37 2025-09-02 17:40:34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문화적 간극’을 해소해야 진정한 의미의 ‘통합 대한항공’이 가능합니다.” 지난 1일 취임한 문형철 신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통합 과정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며 “2006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전면 파업이 불가한 항공업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 등 조종사 권익 전반을 챙기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억대 연봉 귀족노조’ 시각에 대해 “금융·반도체·IT 업계와 비교하면 조종사 연봉은 결코 과도하지 않다. 특히 부기장은 억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장 역시 국민소득 수준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며 “이젠 시대착오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형철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996년 공군 ROTC로 임관해 F-5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한 문 위원장은, 2006년 대한항공에 입사했습니다. 그는 이날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아시아나와 합병 이후 우려와 ‘진짜 통합’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답했습니다. 전체 조종사 2772명 중 2491명이 가입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을 3년 동안 이끌게 된 문 위원장은, 승객 안전과 조종사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통합 후 가장 큰 현안은 고용불안일 듯한데.
“회사와 정부 기관은 합병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디까지를 ‘인위적’이라고 보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조종사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일부 기종이 퇴역이 예정되어 있어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기와 통합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B777, A380·330 등을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인데, 해당 기종을 몰던 조종사들은 자연스럽게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년이 가까운 기장들은 기종 전환을 통한 커리어 지속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자신이 몰던 비행기가 사라지면 곧바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이죠. 이런 점 때문에 고용안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합병 이후 예상되는 문제로 ‘조직문화 충돌’을 꼽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40여년 동안 각자의 비행 절차와 문화를 쌓아왔습니다. 지난달부터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의 매뉴얼과 절차를 따르고 있지만, 매뉴얼 통일만으로 문화 차이를 단숨에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조직문화 간극 해소’를 강조하는 건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등 관계에 있는 조종사들은 상대의 실수를 보완하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거나 질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의 경우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식으로 외면하다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메가 캐리어는 ‘안전’이 담보돼야 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합병이 되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2002년 F-5 전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문형철 위원장. (사진=본인 제공)
 
-두 노조의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맞습니다. 양사 노조는 단연코 통합해야 합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과거 복수노조 체제를 거쳐 지난 2020년 통합하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APU)도 통합에 대한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노조가 힘을 합쳐야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의 권익을 제대로 지킬 수 있습니다.” 
 
-노노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노조 간 갈등은 주로 ‘기장 승급’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기장 승격은 단순한 직급 변화가 아닙니다. 기장이 됐다는 상징성과 함께, 투입되는 기종과 노선에 따라 업무 강도와 연봉도 달라집니다.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죠. 저희는 올해 1월부터 기장 승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오는 10월 APU 승격 TF와 만나 협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양사 조종사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회사에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사권은 회사에 있지만 승격 방식을 정하는 기본 틀은 당사자인 조종사들이 마련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기에 정년을 마치고 재채용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사례가 확인된다면 노조가 제반 절차를 점검하고 대응할 것입니다. 다만, 갈등이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풀어 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들었습니다.
“조합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협의안이 마련된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앞선 2기 집행부가 차기 집행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3기 출범 전에 임단협을 완료하려는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2.7% 임금 인상률과 미흡한 단체협상 안건은 조합원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결에는 회사에 대한 항의와 집행부에 대한 질책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임단협 재개는 올해를 넘기더라도 철저히 준비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습니다. 인상률도 3%대 근접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형철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종사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0년 전에는 상대적으로 임금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권, 반도체, IT 업계와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부기장 연봉은 1억이 안 되고, 기장들도 세후로 보면 체감 소득은 크지 않습니다. 세금만 해도 40% 가까이 나갑니다.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위원장으로서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기장 승격 문제뿐 아니라 근무 환경 개선,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 등 조종사 권익 전반을 챙기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조종사들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항공업은 2006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전면파업이 불가능합니다. 쟁의에 나서도 필수 업무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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