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 대표 선임 과정을 둘러싼 윤석열정부 개입 의혹이 2차 종합 특검에서 다뤄질 지 주목됩니다. 국민연금의 이중적 잣대, 정관 변경을 통한 대표 요건 완화, 정권 차원의 인사 개입 의혹이 맞물리며 KT 최고경영자(CEO) 선임 자체의 정당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8월 김영섭 대표 선임 과정 전반에 윤석열정부 핵심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유분산기업인 KT의 지배구조 특성을 감안할 때, 정권 의중에 부합하는 인사가 관철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최근 2차 특검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해당 사안이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KT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태도입니다. 윤석열씨는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이 논의되던 시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들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십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며 KT CEO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혀오던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씨와 동일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민연금은 김영섭 대표 선임 과정에서 LG CNS 대표로 재직할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에 실패했고 기업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그의 전적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3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간사로 속해있는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가 KT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CEO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안을 심의할 당시 김영섭 후보자에 대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 사실만 기재하고 근무 기간 사회적 물의나 쟁점에 대해서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권에서 만들어 놓은 KT CEO 교체 과정에 KT 이사진들도 거들었습니다. 김용헌 현 KT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사외이사들이 사임했고, KT 이사회는 곽우영·김성철·안영균·윤종수·이승훈·조승아·최양희 사외이사로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가동하며 2023년 6월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자격요건 규정 등을 의결했습니다.
정보통신분야 지식과 경험 경력은 민영화된 KT에 낙하산 CEO를 막을 허들로 작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KT이사회는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전문성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같은 KT 대표 요건 완화는 해킹 사태 이후 김영섭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스로 "통신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촌극으로 이어졌습니다. KT 전직 고위 임원은 "결과적으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며 KT는 대규모 고객 신뢰 훼손을 겪었고,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대표 자리에 전문성 논란이 있는 인사가 선임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정부와 이사회의 의도대로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됐다는 증언은 이어졌습니다. 당시 용산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국정기획수석이었던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는 사람을 통해 사퇴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구 전 대표 이후 KT 차기 대표 후보에 오른 윤경림 전 KT 사장도 "용산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빨리 사퇴하라는 권유를 여러 경로로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도 KT 인사에 관여했습니다. KT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도왔던 자승스님 동생 이호식씨가 KT스포츠 대표로 선임되는 등 건진법사는 당시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했습니다. 건진법사 양재캠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윤모 전 장관도 KT 차기 CEO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건진법사 양재캠프에 정통한 관계자는 "용산에서 (KT 대표에) 지원하라고 해 놓고 번복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윤 전 장관은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윤석열씨가 KT 대표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KT 사외이사는 "윤석열씨가 평소 돈독했던 김모 한양대 교수를 유력 후보로 검토했다는 전언이 있었지만 건강 문제로 고사한 것으로 안다"며 "김 교수는 김영섭 대표를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스토마토>는 윤모, 김모 두 사람에게 각각 입장을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진 못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MWC 2025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일부 시민단체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정권 차원의 압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2차 종합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특검을 통해 해당 사안을 살펴볼 수 있도록 고발 절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1차 특검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다뤄진 데 이어, 2차 특검에서는 KT를 포함한 금융권과 대기업 인사 개입 전반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KT를 비롯한 대기업 인사 과정에 정권 차원의 불법적 개입과 이권 거래 정황이 있다"며 "윤석열씨와 김건희씨가 연루된 의혹 전반을 2차 특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안 소장은 특히 "KT 건은 2차 특검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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