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의 ‘결단’…현대차도 자사주 소각 예정
상법 영향, 기업들 ‘자사주 소각’ 러시
현대차·LG 등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
‘경영권 방어’ 고심 깊어지는 HD현대
2026-03-11 16:03:03 2026-03-11 16:40:03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삼성전자와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보유한 자사주를 대거 소각하기로 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합산 21조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 결단을 내리면서 재계 전반으로 자사주 소각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됩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총 1540만주 중 약 8700만주를 올해 상반기에 우선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종가 기준 약 16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SK㈜도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자사주 1469만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전체 주식의 약 20%51500억원 규모입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배경으로는 지난 6일부터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른 영향이 꼽힙니다. 개정 상법은 그간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여온 자사주의 마법을 미연에 차단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자사주를 일정 기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LG 등 주요 그룹 역시 기보유 자사주의 전량 소각을 계획하고 이를 이행 중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2024년 기보유 자사주 3% 전량 소각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지난해 41차분 약 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는 또 오는 4월말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연내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보유 중인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중 절반가량을 지난해 9월에 소각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내 잔여 자사주(3029581) 전량도 모두 소각한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도 올해 전체 주식의 2% 수준(6351억원)의 자사주를 연내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한화도 이날 전체 주식의 5.9% 수준인 자사주 445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5608억원 규모입니다.
 
이미 자사주 소각을 진행 중인 기업도 적잖습니다. 전날 SK네트웍스는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할 3%를 제외한 2071만주(9.4%)를 소각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6일 셀트리온은 자사주 소각 규모를 약 611만주에서 911만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달 말부터 롯데지주, 두산 등 기업이 연이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SK증권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48, 규모는 69970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거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대표적인 곳은 HD현대입니다. HD현대가 보유한 자사주는 8324655주로 전체의 약 10.5%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정 상법에 따라 이를 처리해야 하지만,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적은 지분율이 암초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은 6.12%에 불과해 자사주 전량 매각 시 자사주 매각을 통한 우호 의결권 확보가 어려워져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2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증여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세금 부담 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개정 상법이 통과됐고, 정부의 기조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보니 선제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 등은 경영권과 관련된 리스크가 분명 있을 수 있기에, 당장 전량 소각을 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한 뒤 소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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