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전국적으로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금융권의 지역 진출 움직임은 전북 등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으로 진출한 금융사를 를 콕 집어 칭찬한 이후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작게는 금융 접근성 차원에서, 크게는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지역 금융접근성 훼손 심각"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임원회의에서 지역 '지원'(옛 사무소)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았습니다. 금감원은 수도권 외 지역에 지원을 두고 민원팀을 통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 관련 민원을 접수,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구 유출과 상권 침체, 산업 기반 약화 등 지역 공동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매달 지역 지원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를 가지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공유했다"고 전했습니다.
지역 공동화는 인구와 산업, 일자리, 생활 인프라가 특정 지역에서 빠져나가면서 지역사회의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히 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교육·의료·문화·행정 등 지역을 유지하는 핵심 기능이 함께 쇠퇴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금감원도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공동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 확산과 비대면 거래 증가로 지방 점포 폐쇄가 더해지면서 지역민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소멸 문제를 언급하며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과 금융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전북을 중심으로 한 금융도시 육성 방안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설명하며 "전주를 금융중심도시라고 예전에 말은 했는데 거의 하지 않았지 않느냐"며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전주에 많이 들어가고 있는 만큼 작지만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균형을 맞춰가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 중심지 확대와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역할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이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소재하고 있는데요. 금융사들도 정부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도 전북 지역 거점 확대를 검토하거나 관련 사업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한마디에 묻지마식 전북행
KB금융(105560)은 전북에 투자은행과 자본시장 영업 인력 200여명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IB·자본시장·자산운용 분야에서 연간 80억~90억원의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요. 25조원 규모 새만금 투자사업에서 점유율 20%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는 전북혁신도시 관련 인력을 현재 130명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300여명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계열사별 국민연금공단 지점과 전주 사무소 개설도 검토 중입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도 혁신도시 인력을 2명에서 156명 이상으로 늘리고, 손해보험 콜센터를 이전할 예정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일부 계열사의 전주 사무소 개설과 우리은행 특화 채널 운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전북이 제3금융 중심지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중심지는 다수의 금융기관이 금융거래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금융 거점을 뜻합니다. 중심지로 지정되면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기관을 쉽게 유치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2009년 서울이 종합 금융 중심지로, 부산이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 중심지로 선정됐고 이번 제3금융 중심지 후보로는 전북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기존 중심지와 기능이 겹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핵심 인프라와 사업 실행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2009년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은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을 내세웠지만, 금융 인력과 본사 기능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전북에 세 번째 중심지가 들어설 경우 서울·부산 중심지와 기능이 중복되고, 정책 효과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공동화 문제를 공공기관 이전이나 금융 중심지 지정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은 모든 지역에 똑같은 금융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산업 특성에 맞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만 키우는 방식은 또 다른 지역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에서도 본사 이전 자체는 이뤄졌지만 관련 산업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앞세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