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부터 치지직까지…월드컵 개막에 보편적시청권 시험대
KBS 중계 참여로 올림픽 때 불거진 논란 일부 해소
방미통위 권고·국회 개정안 추진…시청권 보장 강화
네이버 멤버십 따라 화질 차등…모바일 사각지대 논란
2026-06-12 17:00:39 2026-06-12 17:00:3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보편적시청권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올해 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당시 JTBC 단독 중계로 불거졌던 시청권 논란은 KBS가 월드컵 중계에 참여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그러나 온라인·모바일 시청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NAVER(035420)(네이버)가 월드컵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멤버십 가입 여부에 따라 화질과 시청 권한을 차등 제공하면서 디지털 시대 보편적시청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12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체코를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 나섰습니다. 이번 월드컵 국내 중계권은 JTBC가 확보했지만 KBS가 140억원 규모의 재판매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상파에서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MBC와 SBS는 JTBC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계약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대한민국-체코 경기 관전 및 응원을 위해 모여 대형 태극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월드컵은 올해 초 동계올림픽 당시와 비교해 보편적시청권 측면에서 한 단계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시 올림픽은 JTBC가 단독 중계하면서 유료방송 가입자만 시청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인 만큼 종합유선방송서비스(SO), 인터넷(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3615만70명에 달하지만 중복 가입 회선을 포함한 수치여서 모든 가구가 시청 가능한 환경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가구에서는 국민적 관심 행사임에도 시청이 어려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올림픽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월드컵은 KBS와 네이버 등을 통해 시청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보편적시청권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현재 기준에서는 이전보다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편적시청권은 방송법 제2조 제25호에서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법 제76조는 중계방송권자가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등의 중계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는 고시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도 월드컵을 앞두고 보편적시청권 보장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출범 시킨 것은 물론, 월드컵 중계 방송사업자들에게 특정 경기의 과도한 중복 편성을 지양하고 순차 편성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한국 대표팀 경기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는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이번 권고는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월드컵은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인 만큼 시청자의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될 수 있도록 방송사업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제도 보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중대한 국민 관심 행사의 중계방송권자가 하나 이상의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사를 통한 실시간 중계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만 TV에서 모바일로 시청 환경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새로운 사각지대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중앙그룹과 계약을 맺고 2026년부터 2032년까지 FIFA 월드컵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드컵 전 경기를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네이버 멤버십 가입 여부에 따라 시청 권한과 화질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 가입자는 전 경기 고화질(1080p) 생중계와 다시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가입자는 한국전 생중계를 일반화질(480p)로만 시청할 수 있으며, 해외 경기의 경우 하이라이트와 클립 영상만 제공됩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480p 화질은 스마트폰으로 보기 불편한 수준이다", "멤버십 회원이 아니라면 사실상 경기를 보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지상파 방송 중심으로 설계돼 온라인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적 스포츠 행사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시청 환경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현실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청 행태가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만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방송도 보편적시청권 보장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며 "네이버가 멤버십 가입 여부에 따라 시청 가능한 경기와 화질을 차등 제공한 것은 국민적 관심 행사를 수익 모델로 활용한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광고·협찬 등을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한 만큼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는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차별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보편적시청권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보편적시청권 논의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한 사업자가 중계권 확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참여 기회를 넓히는 방향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대형 모니터로 중계되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외에서는 기업들이 거리응원 지원에 나서며 월드컵 열기를 끌어올렸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 전광판과 응원 무대를 활용한 거리응원 행사를 진행했고, KT(030200)도 광화문 웨스트 사옥 전광판을 통해 경기 생중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경기의 중계권을 구매해 제공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축제를 응원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여의도 응원전에는 1500여명, 광화문 응원전에는 한때 8000여명이 운집했습니다. 
 
통신사들은 월드컵 특수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SK텔레콤(017670)은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 A-One 운영과 과거 이벤트 데이터 기반 트래픽 예측으로 네트워크 품질 점검을 강화했고, KT는 W-SDN을 활용한 트래픽 관리 시스템 지능화로 대응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도 이동기지국, 임시중계기 등을 배치하고 트래픽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경기장과 응원 장소,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며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제공에 나섰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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