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배구조 개편 실기에 무뎌지는 감독 칼날
2026-07-06 14:28:57 2026-07-06 15:13:0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 압축 전 개편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KB금융(105560)은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이미 확정하는 등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당국은 진행 중인 경영 승계 절차도 점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소급 적용 논란 등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KB 숏리스트 확정에도 제도 개편 발표 미정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더라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회장 승계 절차에 새로운 기준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KB금융은 지난 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했습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과 이재근·이창권 KB금융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4명입니다. 외부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은 후보 1명이 포함됐습니다.
 
금융위가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지연하는 사이 KB금융의 승계 절차가 먼저 진행된 셈입니다. 금융위는 아직까지 개편안의 구체적인 발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의 숏리스트 확정 전에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안다"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개편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진행되는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부터 이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위가 이달 중 개편안을 발표하더라도 후보군 구성과 평가 기준 등 승계 절차의 핵심 단계가 이미 시작된 만큼 KB금융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B금융 회추위는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다음달 27일 1차 인터뷰를 진행한 뒤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9월11일에는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현직 CEO에게 유리하도록 승계 절차를 변경하거나 후보군을 형식적으로 관리한 사례, 외부 후보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부분을 개선하려면 후보군 관리 단계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돼야 합니다. 상시 후보군 관리와 육성, 후보 추천, 롱리스트와 숏리스트 압축, 평가와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승계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마련 중인 개편안이 KB금융의 숏리스트 확정 이후 발표되면서 첫 적용 사례부터 시차가 발생합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과 이른바 '참호 구축' 문제를 지적하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정작 대형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기존 체계에서 진행되는 셈입니다.
 
금감원은 새로운 개선안이 발표되면 현재 진행 중인 승계 과정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 중인 CEO 승계 절차가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 취지와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금융 등) 특정 금융사를 겨냥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경영 승계 과정에 있더라도 개선안의 방향대로 진행하는지 점검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정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사 인선 개입" 논란 자초
 
금융당국 의지와 달리 금융사 지배구조 관련 감독에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 지배구조 법령 및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금융지주사가 기존 규정과 내규에 따라 진행한 절차를 사후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영 승계 등 금융사 지배구조는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감독규정 등의 규율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지난 2023년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마련해 CEO 승계와 이사회 독립성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이 새로운 기준에 맞춰 KB금융의 승계 절차를 점검하더라도 실제 제재로 이어지려면 현행 법령이나 감독규정 위반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개편안 발표 이전에 진행된 후보군 구성이나 평가 절차에 대해 사후에 제시된 기준을 잣대로 감독 조치를 취할 경우 기존 절차에 따라 인선을 진행한 금융사 입장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선임 절차 중간에 평가 기준이나 후보 검증 방식 등을 변경할 경우 특정 후보의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새로운 기준을 근거로 점검하는 것과 실제 위법 사항을 적발해 제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금융사가 당시 적용되는 법령과 내규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면 사후에 나온 법령이나 규정으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의 지배구조 감독이 사전 예방보다 사후 검사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옵니다. 대신 연말 예정된 은행장 인사나 내년 이후 임기가 도래하는 금융지주 회장에 사실상 새로운 지배구조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선임은 후보군 관리부터 시작되는 연속된 절차이기 때문에 숏리스트가 나온 이후 기준을 변경하면 실제 적용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절차와 앞으로 남은 절차를 구분해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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