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우리 사회가 고위험 정신건강 청소년의 치료와 재활, 사회화를 위해 더 많은 예산과 인력 등을 투입할 때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습니다. 특히 법원으로부터 ‘7호 처분’을 받은 고위험 청소년의 회복은 이들이 방치된 채 성인이 돼 재범을 일으킬 시 소요될 더 많은 교정 예산의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견해여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7호 처분’. 소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규정된 보호처분입니다. 치료 목적으로,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물·알코올 남용 등으로 정신적 치료나 중독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에 대해 의료시설에서 일정 기간 치료를 받도록 법원 명령입니다. 위탁 기간은 6개월. 소년부 판사는 최장 1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조기 종료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채 7호 처분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학대나 방임 등 정황이 있는 ‘피해’ 청소년이지만, 가해 행위로 처분을 받아 법원으로부터 치료 명령을 받는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 과연 7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정신건강 문제까지 있는 ‘구제불능’일까. 개선의 여지는 없을까. 국내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다년간 맡아온 지구덕 한서중앙병원장은 “아이들은 변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십대 정신건강 리포트 연속 보도를 통해 자해·자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미래세대의 정신건강 실태와 원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구덕 한서중앙병원장은 7호 처분 청소년 등을 위한 ‘골든타임’이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김양균 기자, AI 생성 이미지)
아이들은 변한다, 반드시 변할 수 있다
지연이(가명)는 사고뭉치였습니다. 가출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어쩌다 학교에 가면 친구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싸움을 하곤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다가 발각되기 일쑤. 사고를 칠 때마다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불호령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 모양이다’라는 말로 끝났습니다. 지연이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그들은 지연이가 잘 크기를 바랐지만, 자꾸 엇나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참을 수 없었습니다. ‘지연이 때문에’ 당신들의 인생이 희생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 아이 때문에!’
대화는 사라지고 저주와 미움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참을 수 없이 답답할 때마다 지연이는 남몰래 자해를 했습니다. 그러면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SNS로 만난 오빠들과 아저씨들은 부모와 달랐습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용돈도 줬습니다.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의 전화. 지연이가 조건만남을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부모는 지연이에게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널 만난 남자애들이 불쌍해. 너 때문에 인생을 망쳤어!”
지연이의 이야기는 7호 처분을 받은 여러 청소년 사례를 종합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지구덕 한서중앙병원장은 “장기간 방임 학대, 경제적 취약성, 경계선 지능 아이 자체의 한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정서적으로 취약해진다”며 “7호 처분 후 치료를 받아 상태가 개선돼도 부모와 만나고 나면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지 원장은 부모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7호 처분 청소년 상태가 개선되려면 부모도 마음을 열고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7호 청소년 가운데 적지 않은 여성 청소년 사례는 성매수 문제와 연계됩니다. 지 원장은 “애정욕구는 있지만 이를 인정받을 방법은 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아이들의 심리를 파고든 이들이 아이들과 성매수를 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며 “아이들이 애정 및 연결의 욕구가 부모에게서 적절하게 해소되지 않고, 성매수자로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충족되면 아이들은 이를 ‘애정’으로 착각, 정신적으로 더 취약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지연이는 7호 처분으로 입원해 있던 의료기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상태가 호전됐지만, 전국의 ‘지연이’들이 모두 이 같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7호 처분을 받아도 위탁 병원을 찾지 못해 전문 치료 기능이 없는 일반 소년원이나 타 시설을 전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의료기관들은 7호 처분 청소년 맡기를 기피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치료와 감호·교정 기능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점, 일반 환자와의 공간 분리 문제와 민원, 낮은 치료 수가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열악한 치료 인프라는 재입원율로 이어집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에 따르면, 7호 처분자의 2년 이내 재입원율은 2017년 22.2%, 2019년 23.5% 수준이었습니다. 1년 이내 재입원율은 2017년 7.1%에서 2020년 11.5%로 상승 추세를 보입니다. 관련해 법무부는 소년원생 중 정신질환 보유 비율은 지난 2021년 34.0%(236명)에서 2025년 49.7%(489명)로 약 15.7%p 상승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현재 소년원 내 정신과 의사가 있는 곳은 대구와 춘천 두 곳뿐이고, 그마저 비상근 각 1명이며 상근 정신과 전문의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지구덕 원장은 7호 처분 청소년 등을 위한 ‘골든타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을 방치해 이대로 성인이 되면 더 감당하기 어렵고 사회적 교정 비용도 늘어나게 됩니다. 치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변합니다. 그 변화는 ‘쟤도 변하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또래 청소년과 가정, 나아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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