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그 전에 작은 사고와 위험 신호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거나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대형 참사는 현실화된다.
지난 18일 발생한 쿠팡 인천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를 '다행으로 끝난 사고' 정도로 치부한다면 또 하나의 경고를 흘려보내는 셈이다.
쿠팡은 5년 전인 2021년에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쿠팡이 사고 이후 내놓은 안전 대책은 과연 이번 화재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장기간 물류 운영에 차질을 빚었고,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물류창고 화재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고 진상조사 결과 관계자들이 화재 경보를 6차례나 끄면서 초기 진화를 지연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시설관리 외주업체 소속 소방안전관리자와 직원 등 3명은 이후 재판에 넘겨져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고 발생 이후 김범석 의장은 경영상의 이유로 한국 쿠팡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쿠팡이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내놓은 안전대책은 과연 이번 화재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기업의 안전관리 과제는 시간이 지나면 비용과 효율 논리에 밀려나기 쉽다. 결국 문제점으로 반복되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안전을 대하는 태도다.
물류산업은 이제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했다. 초고속 배송 경쟁 속에서 물류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자동화 설비는 늘고, 전력 사용량은 증가하며, 처리 물량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한다. 그런데 안전관리 역시 그 속도만큼 진화했을까.
기업들은 배송 시간을 몇 시간 줄이기 위해 수십억 원을 과감하게 투자한다. AI와 로봇, 자동화 설비에는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안전은 여전히 '사고가 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비용'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비용으로 여기는 순간, 언젠가는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쿠팡은 최근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물류센터 화재와 개인정보 유출은 다른 유형의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건의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기회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지 못했고, 같은 유형의 사고를 반복하는가.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관리다. 과거와 비슷한 패턴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물류센터 화재는 새로운 위험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의 ESG 보고서에는 '안전 최우선'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안전은 보고서가 아니라 투자로 보여줘야 한다. 광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입증돼야 한다. 사고 이후의 사과가 아니라 사고를 막는 시스템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큰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사는 대부분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는 안도감 다음에 찾아온다.
경고는 언제나 참사보다 먼저 온다. 기업이 경고를 비용으로 계산하고, 위험 신호를 하찮게 여긴다면 이는 참사의 발화점이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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