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미스터리'…처음부터 끝까지 '정책 오판'
김용범 입 떼고 5개월 만에…단일종목 상품 출시
정책 추진 과정 놓고…"성급했다" 책임론 '활활'
2026-07-21 17:49:40 2026-07-21 18:44:35
[뉴스토마토 이효진·윤금주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단일종목 레버리지(차입) 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 두 달여 만에 시장 불안의 진원지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투자 유도와 환율 안정화 등을 내세워 속도전으로 추진됐지만, 반도체주 변동성이 커지며 개인투자자 피해와 시장 왜곡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과 판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하지만, 성급한 정책 결정이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단일종목 상품, 시작과 끝에 '김용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정책토론회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이 불량 상품이 나왔다"라며 "그런데 김 실장도 이 대통령도 사과 한마디 없다. 빚투를 부추길 땐 자화자찬하고 국민 피해가 커지자 나 몰라라 한다"라고 저격했습니다.
 
단일종목 상품이 처음 논의된 건 올해 초입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1월13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비공식 간담회에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에 대한 국내 주식시장 유인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운용사 대표들은 김 정책실장에게 해외의 레버리지 상품을 언급하며 규제 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정책실장은 사흘 뒤 <한겨레>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선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 주식 ETF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지만, 한국에선 불가능한 것이 많다"며 금융위원회에 단일종목 상품 도입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1월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내 우량주 단일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상품 허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김 정책실장의 언급 이후 단일종목 상품 출시까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1월30일 금융위 입법예고를 신호탄으로 국무회의에서 4월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통과했고, 일주일 뒤인 4월28일 공포됐습니다. 이후 5월27일 관련 상품 16종이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지난달 18일 코스피(KOSPI·유가증권시장)가 사상 첫 9000선을 돌파하자 단일종목 상품에 자금이 쏠렸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9000선 돌파일 기준 단일종목 상품 16종의 누적 거래대금은 125조4534억원에 달합니다.
 
문제는 반도체 관련주가 출렁이며 발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손실 폭은 더 크게 확대됐습니다. 동시에 운용사들이 ETF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대규모 현물 매매에 나서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매수 규모가 커져 상승을 부추기고, 하락할 때는 반대로 대량 매도가 쏟아져 낙폭을 키우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특정 종목의 가격 움직임을 증폭시키면서 시장 가격 형성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언급하고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해당 상품이 출시됐다. (사진=연합뉴스)
 
당국 "의결 거친 결정"…절차 하자 없음 강조
 
시장에서는 김 정책실장의 입김 아래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한 게 화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ETF 상품 하나가 출시되는 데 상장심사 절차는 적어도 2~3개월 소요됩니다. 하지만 단일종목 상품의 경우 심사 기간이 한 달 수준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통상 약 2주 정도 걸리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신청서 초안 검토 기간도 이번엔 8일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은비 국회 재정금융과 입법조사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해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는 어려우나, 이런 상반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검토해야 했고, 이를 통해 상품 도입의 기대 효과가 위험보다 커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며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많은 비판에도 금융당국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의결 절차에는 하자가 없음을 강조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나가서 다 투자하는데 그럴 바에는 그냥 국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있는 데서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 진행한 것"이라며 "의결을 거쳐 한 결정이기에 잘잘못을 따질 건 아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내부 논의 과정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내외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증시 선진화를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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