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대토론회까지 열며 시장 심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정작 국민의 집값 상승 기대감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CSI는 127로 전월보다 7포인트 올랐습니다. 이는 2021년 9월(128)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내릴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상승 기대가 우세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수는 올 3월 96까지 떨어졌다가 4월 104, 5월 112, 6월 120에 이어 7월 127로 넉 달 연속 올랐습니다. 이 기간에만 31포인트가 뛴 셈입니다. 같은 기간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내놓고 보유세 강화를 예고하며 시장에 신호를 보냈지만, 상승 기대는 오히려 이 시기에 가장 가파르게 커졌습니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통화 긴축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과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가 시차를 두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출을 조여도 집값이 오를 거라는 믿음은 가계부채 관련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현재가계부채CSI는 100으로 1포인트 올라 지난해 4월과 같은 수준을 회복했고, 가계부채전망CSI도 98로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빚을 늘려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옅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126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현장에서도 확인됩니다. 대출규제 이후 상급지 진입이 막힌 실수요가 노원·성북 등 중저가 지역으로 옮겨 가며 신고가를 새로 썼고, 강남권에서는 보유세 강화 예고에도 매물이 잠기며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오히려 강해지는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체감 경기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84로 전월보다 2포인트 내렸고, 취업기회전망CSI도 89에 머물렀습니다. 물가 상승과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유독 집값에 대한 기대만 따로 움직이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갈 곳 잃은 유동자금과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인한 수도권 전반 집값 상승 영향으로 풀이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중 유동자금은 지금도 4000조원이 넘는데 주식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상승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앞으로 대출 규제를 풀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3일과 27일에 걸린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 세제개편안과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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