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돈 많이 주면, 행복한 거야?
2026-07-28 16:34:01 2026-07-28 16:40:42
“저 회사 다니면 행복한 거야? 돈을 많이 줘?”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들은 질문이다. 화면 속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밝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했고, 회사의 성장을 자신의 성취처럼 이야기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행복보다 먼저 돈을 떠올렸다. 선뜻 아니라고 답하지 못했다.
 
2026년 한국은 말 그대로 ‘반도체 공화국’이다. 사람과 돈, 인재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두 곳이 한 분기에 벌어들이는 이익으로는 처음인 데다 천문학적 규모다. 입시생들은 반도체 계약학과를 선택하고, 인재는 두 기업으로 몰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도체 공장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은 집값까지 들썩인다. 어느새 좋은 직장도, 지역의 미래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집 한 채 마련하는 일조차 어려운 시대, 더 많은 보상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높은 연봉과 성과급은 청년층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반도체 호황은 돈을 몰고 다닌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끌어온 자금만 약 40조원.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맞먹는 규모다. 한 기업이 벌어온 달러가 국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직원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정부는 아직 걷지도 않은 세금을 말한다.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발전을 기대하고, 호황의 과실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국민도 대다수다. 반도체 기업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하나의 산업이 이처럼 수많은 주체들의 기대를 동시에 짊어진 적이 있었을까. 호황이 꺾이는 순간 개인과 사회가 기댈 곳은 단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둘러싸고 새로운 풍경도 펼쳐진다. 삼성전자는 온누리상품권으로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국민과 나눴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회사 안에서는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더 기여했는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선다. 주주들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협력사들은 호황의 온기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고 한국투자공사(KIC)를 중심으로 국부펀드 기능을 강화해 첨단산업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반도체가 만들어낸 부를 누가 가져가고 또 어디에 활용할지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업계의 'N%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배분 방안과 특별목적세 도입 등이 논의됐다. (사진=연합뉴스)
 
“돈 많이 주면 행복한 거냐”는 아이 질문에 왜 난 망설였을까. 애써,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아이가 저런 회사에 들어가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을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돈을 쫓는 세상이라고 해서, 돈이 없어도 불행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돈의 위세가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 사회에서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돈이 없으면 그만큼 불행하다는 현실의 방증일 터.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의 AI 시대는 돈이 없어도 불행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미 답은 챗GPT가 아닌 우리 모두가 갖고 있다.
 
이보라 산업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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