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76.3%라는 전례 없는 수치를 달성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뛰어넘는 수익성을 증명했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10여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를 체결했다며 중장기 메모리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9조3187억원,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6.8%, 557.2% 증가한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을 분기 기준(90일)으로 보면 하루 평균 약 6724억원을 벌어들인 셈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72% 대비 약 4%포인트(p) 상승한 76.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최고 기록으로, 마이크론(80.4%)에 이어 글로벌 2위 수준이며 엔비디아(65.6%), TSMC(60.3%)을 크게 웃도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자랑했습니다. 이에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은 98조1528억원으로 100조원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다만 2분기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매출 83조9194억원, 영업이익 64조6941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고부가 제품의 출하 확대 시점이 하반기로 이월되고, 포트폴리오 구성이 전체 평균판매단가(ASP)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역대급 실적…D램·낸드 ‘쌍끌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전분기 대비 가격이 크게 오른 D램과 낸드플래시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범용 D램의 가격 강세로 약 30% 상승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모든 제품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50% 중반대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용SSD(eSSD)의 매출의 경우 지난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D램과 낸드 수요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D램과 낸드 수요는 제한된 공급 여건 속에서 각각 20% 중반, 10% 후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공급 제약이 완화될 경우, 잠재 수요가 충족되면서 시장의 성장 폭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하반기 SK하이닉스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매출을 확대하는 한편, 범용 D램과 낸드의 매출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실적에 대해 “HBM4 물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1c(10나노급 6세대) 나노 기반 일반 D램의 출하도 증가하면서, 하반기 빗그로스(출하량 증가율)는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제품 믹스 개선에 따른 ASP 상승효과가 함께 나타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HBM4 생산 확대…차세대 제품 개발
특히 HBM4의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HBM3E(5세대)와 근접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생산능력(캐파)를 늘려가고 있다고 SK하이닉스는 강조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등 HB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HBM4 물량 확대 메시지를 통해 우려를 해소하려는 차원으로 읽힙니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과 HBM5(8세대) 등의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iHBM’ 기술, 그래픽처리장치(GPU) 근처에 장착하는 낸드플래시인 ‘니어 GPU 스토리지’ 등 차세대 제품도 개발 중입니다.
이렇다 보니 컨퍼런스콜에서는 HBM4의 가격 인상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최근 일반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이런 시장 환경이 HBM 가격 협의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HBM 가격이 일반 D램 가격의 움직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HBM 가격은 D램 시장 상황과 기술적 난이도, 고객에 제공하는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당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차별화된 가치에 상응하는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AI 생태계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데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전시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과 모형. (사진=SK하이닉스)
다년 계약 확대…올해 투자 40조원대
SK하이닉스가 AI 생태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서 장기적 성장을 위해 시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AI 시대 고객사와 함께 공동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중장기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고객사와 다년 계약 논의를 확대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핵심 고객사를 포함한 10여개 고객사와 LTA 협상을 마무리하고, 업계 주요 고객들과도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단순 물량 공급을 넘어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차세대 메모리를 고객사와 함께 개발·생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는 “LTA 기간은 통상 5년이 기본이지만, 구체적인 고객과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LTA를 통해) 단기 시장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객과 당사의 사업 중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에 약 40조원 후반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합니다. 청주 M15X 팹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용인 1기 팹 클린룸 오픈, P&T7 패키징 공장과 낸드 생산기지 M17,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중장기 투자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급 능력 역시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고객사와 LTA를 통해 장기 수요를 확보한 점은 구조적으로 메모리 산업에 장기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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