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자사주 보유 정관 논란…밸류업 엇박자?
의무 소각 개정 상법 빗장, 먼저 푸는 공기업
경제개혁연대 “국민연금 반대표 행사해야”
2026-08-24 13:57:14 2026-08-24 14:44:3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강원랜드(035250)가 오는 26일 임시주총에서 자사주 보유 정관안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 측은 개정 상법에 맞춘 규제 명문화 조치라는 입장이나, 자사주 소각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1호 의안으로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합니다. 강원랜드는 현재 발행주식총수의 7.36%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을 보유 중인데,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해야 하는 자사주를 매년 주총 승인을 통해 계속 쥐고 있을 예외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강원랜드는 총수 일가가 없는 공기업이라 지배주주의 자사주 사적 유용 가능성은 작으나, 자사주 의무 소각 입법 취지와 달리 공기업이 보유 정관을 도입해 소각 원칙에 반하는 선례를 남기는 대목은 시장에 부정적입니다.
 
통상 민간 상장사에서 자사주 장기 보유는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습니다. 최대주주가 한국광해광업공단(36.27%) 등 정부와 지자체인 강원랜드는 이러한 꼼수 우려에서는 비껴가 있습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번 정관 변경은 상법 및 상장협 표준정관 개정에 따라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이라며 “자사주 처분이나 소각 등 구체적 계획이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이 소각이 원칙인 법안 도입 후 예외 규정을 앞장서 신설할 경우, 향후 민간기업들이 이를 명분 삼아 자사주를 쥐고 있을 구실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실질적인 보유 목적이 아니면 정관의 도입이 불필요하다며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에게 안건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강원랜드가 이미 정관 제12조 제2항에 제3자 배정 신주발행 근거를 두고 있어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자사주 처분 규정을 굳이 별도로 신설할 실익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나 일반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통제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지분 5.03%를 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습니다.
 
경제적 실질로 보면,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장기 보유할 실익은 떨어지지만 처분할 경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는 제2카지노 신축 등 막대한 캐펙스(CAPEX·자본적지출) 압박이 있으며, 폐광지역개발기금 과소 징수분 명목으로 강원도에 부과받은 2249억원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유동성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강원랜드는 2035년까지 3조원을 투입하는 'K-HIT 마스터플랜'을 추진 중이며, 제2카지노 조성(1796억원)과 VIP 영업장 리모델링(299억원) 등 당장 향후 2~3년간 대형 투자가 집중돼 있습니다. 수천억 원대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안할 때, 회사 자본을 소각하기보다 유사시 블록딜이나 지분 교환에 활용할 실익이 상존합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앞서 공기업 최초로 1000억원 자사주 매입을 선언하며 밸류업에 동참한바, 이를 소각하지 않으면 허울뿐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강원랜드는 올 상반기에도 자사주 매입에 289억원을 썼지만 근래 주가는 부진합니다. 최근 3개월 내 7%대, 1년 내 20%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배당 재원이 될 수 있는 이익잉여금 중 1280억원을 상반기에 '사업확장적립금' 명목으로 내부 유보하는 등 사내에 자본을 쌓는 행보를 보인다”며 “확실한 엑시트(소각)가 담보되지 않은 반쪽짜리 주주환원 정책 탓에 주가는 밸류업 동참 발표 당시의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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