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총량 제외…치솟는 연체율 대책 없다
2026-08-24 17:09:01 2026-08-24 18:01:05
[뉴스토마토 이지유·배희 기자] 연체율 폭탄이 경고음을 울리는 와중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고삐를 풀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나섰습니다. 은행에는 총량 인센티브를 늘리고 2금융권에 대해서는 중금리대출 취급액을 총량 관리에서 아예 제외하기 했는데요. 금융권 전반의 부실 위험을 키우는 부메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 연체율 4년째 상승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은행권 실무회의에서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적극적인 취급을 당부했습니다.

현재 은행이 신용평점 하위 50%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면 대출액의 30%를 가계대출 관리 목표에서 제외합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빌려줘도 가계대출 실적에는 700만원만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금융당국은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비율을 현행 30%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외 비율이 40~50%까지 확대되면 실제 가계대출 총량에 반영되는 금액은 대출액의 50~60%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가 기존 1.5%에서 3%로 상향된 만큼 늘어난 대출 여력을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 등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대출 공급을 확대해야 할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이 오히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의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2.32%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45%의 약 5배에 달합니다.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2022년 1.25%에서 2023년 1.60%, 2024년 1.68%, 2025년 1.91%, 2026년 2.02%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연체채권 규모도 2022년 초 5129억원에서 올해 5월 1조2047억원으로 4년여 만에 134.9% 증가했습니다.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더욱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산·제주·경남·iM·전북·광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평균 5%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는데요. 부산은행은 8.78%로 전년 동기보다 2.86%포인트 올랐습니다.

금융당국의 인센티브 확대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총량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향후 연체와 부실채권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등 건전성·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 모습. (사진=뉴시스)
 
2금융권, 조달·건전성 부담 확대
 
상호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권 등 2금융권에 대해선 중금리대출 취급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금융회사의 총량 관리 실적을 산정할 때 민간 중금리대출의 최대 80%까지 제외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를 100% 제외로 확대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더라도 해당 취급액이 총량 증가 실적에 잡히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각 업권의 금리 상한 이하에서 공급하는 신용대출입니다. 현재 금리 상한은 저축은행 15.27%, 캐피탈 14.37%, 카드 12.26%, 상호금융 8.97%입니다.
 
다만 2금융권은 은행보다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조달 여건도 불리해 대출 확대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금융사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가산금리에는 조달비용뿐 아니라 차주의 신용위험 등이 반영됩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취급액이 늘어날수록 연체채권과 대손충당금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특히 여신업계는 높아진 조달비용과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여전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인 여신전문채권(AA+,3년물) 금리도 연 4.419%로, 올해 초 3%대 초반에서 상승한 뒤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달 비용은 높아졌는데 중금리대출 금리는 업권별 상한에 묶여 있어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4조945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4893억원 대비 41.7% 증가했습니다. 하반기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릴 경우 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상대적으로 연체채권비율이 높은 우리카드(2.37%), 롯데카드(2.21%), 하나카드(1.98%)의 경우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 중대형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6.93%로 전년 동기보다 0.5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상호금융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다만 상호금융은 신용대출 규모가 저축은행보다 크지 않아 중금리대출 확대가 전체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취급액이 늘어나면 일정 부분 연체율 상승은 감당해야 한다"며 "연체율과 건전성, 원금 손실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2금융권의 대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 부족으로 연체가 늘어날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금융사들의 신용평가 역량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취급분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실적에서 제외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