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의 인적분할 승부수에도 시장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간 카카오의 잇단 분사와 쪼개기 상장에 주가 하락을 맛봤던 투자자들은 또 한 번의 분사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 밝지만은 않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24일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카카오의 인적분할 계획 발표 이후 발간된 15개의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5개가 목표주가를 하향했습니다. 그중 2곳은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유지로 하향했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를 담당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등 계열사 및 투자자산을 보유하는 존속 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을 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를 기준으로 카카오AI가 36.5%, 카카오X가 63.5%입니다.
카카오는 "경영진 의사결정 효율화와 자본 배분 최적화, 복합기업 할인 축소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및 주주가치 제고가 인적분할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로비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자회사 지원으로 분산되던 현금을 AI 등 성장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대신증권), "성장주로의 복귀를 위한 포석"(교보증권) 등은 분할의 효과를 낙관했지만, 강한 우려를 표하는 곳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AI 비즈니스가 분절된 세그먼트 중심이 아닌 고객 토탈 밸류를 포괄한 백본 기반 종합 자율형 에이전트로 진화할 것으로 조망된다"며 "카카오가 법인을 분리해 시너지 효과를 계획하는 시도가 기존 대비 나은 효율성과 완결성을 가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7만원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의 분할이란 점에서 핵심 사업 가치가 모회사에서 이탈하는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긍정하면서도 "분할 이후에도 자회사 중복상장 이슈는 잔존한다. 카카오X는 순수 투자 지주회사 성격이 부각되는 만큼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강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또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회사 서비스 연결이 약화돼 시너지가 제한되고 이해 상충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사업 간 통합 실행력과 서비스 시너지를 약화시키는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목표주가는 4만9000원에서 4만원으로,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유지로 각각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 외에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투자자의 공감을 얻을 새로운 사업 전략이 증명될 때까지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라며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을 동시에 낮췄고,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 개별 법이들에 대한 프리미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주가를 5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쪼개기 악몽'에 장기간 시달려온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2021년 17만원대까지 올랐던 카카오의 주가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 계열사의 잇단 상장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 등 짧은 기간 내 핵심 계열사가 연달아 증시에 데뷔하면서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짙어졌습니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상장 직후에는 24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이내 공모가(9만원)를 하회했고, 현재도 4만5500원대를 유지 중입니다.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 초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모가(3만9000원)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날 종가는 2만1600원입니다. 네이버페이증권에 따르면 Npay 서비스에 정보를 등록한 카카오 투자자 8만8539명의 평균 단가는 8만1583원으로 현재 주가(3만5800원)을 크게 웃돕니다. 평균 수익률은 -56.12%입니다.
이 같은 '분할'에 대한 안좋은 기억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 중입니다.
24일 카카오 주가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한 끝에 전 거래일과 같은 3만58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인적분할 발표 당일인 21일에는 7.49%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3% 넘는 낙폭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날 카카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802억원을 기록, 직전일(81억원)의 10배에 육박했습니다.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22.87%로, 전거래일(9.78%)의 2배를 상회했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카카오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 24일 하루 동안 정규시장과 시간외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주식 토론 게시판 등에서 카카오 주주들은 "진정 주주를 위한 길인가?", "분할 철회해도 안 산다", "카카오는 신뢰가 문제다.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등의 불만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