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라 급격히 늘어난 전력 수요 전망이 발표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토론회를 열고 2040년까지의 전력 수요 전망을 제시했다.
2040년 연간 전력 소비량은 847.3~885.1테라와트시(TWh)로 전망됐는데, 지난 4월 전망 대비 189.7~191.0TWh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인 549.4TWh의 34.5~34.8%에 달하는 규모다. 늘어난 부분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발생했다. 두 분야의 수요 증가분을 합산하면 최대 전력 기준으로 28.5GW 증가하지만, 수요관리를 감안한 전체 증가 폭은 약 26.6GW로 전망됐다. 이는 1.4GW 규모인 최신 핵발전소(원전) 19기에 달하는 양이자 서울시 전체 전력 수요(9~10GW)의 2.7배에 해당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분한 검증 없이 제12차 전기본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확정수요와 잠재수요를 구분하고 실제 필요성과 감축 가능성을 우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늘어난 전력 수요가 신규 원전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규 LNG 발전과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명분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산업정책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으로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전기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전력과 용수, 입지와 인력 등 기반 시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제12차 전기본도 이런 정부 정책에 따라 계획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계획은 바뀔 수 있다. 정부가 바뀐 뒤에도 지속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AI 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신기술의 ‘붐-버스트’(호황-불황) 사이클처럼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면 공급과잉에 따라 투자가 급락할 수 있다. 또 AI 빅테크 기업의 수익이 인프라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AI 거품론’이 현실화하면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는 확실하게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기업의 투자계획과 정책 목표를 반영한 ‘메가’ 수요를 추가하는 계획은 발전소와 송전망을 추가하는 ‘메가’ 공급 확대 계획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녹색전환연구소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기존처럼 원전과 LNG, 석탄 발전 등 화석연료 중심으로 조달하게 되면 2040년까지 온실가스가 최대 약 6억8000만톤 추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뛰어넘는 수치다.
반도체와 AI 중심의 산업정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제한적이다. 자본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의 취업자 수는 제조업 전체 취업자의 약 4%에 불과한 데다 취업 유발 효과도 낮다. 초거대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를 지나면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시설이다. 정부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에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며,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를 주 52시간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포함돼 기존 노동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쯤 되면 “무엇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력 소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라면 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우리 시대의 최대 도전 과제인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해야 할 때다. 정부는 “속도전 넘어 전격전”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금 필요한 건 속도를 줄이고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9월19일에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의 구호는 “3대 메가프로젝트,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이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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