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제국의 두 얼굴)⑪기자 밝히자 ‘경계’…본사 통제에 입 다문 SPC 점주들
취재 소회...“본사 눈치·손님 없는 지역 가맹점 현실 안타까워”
2026-09-10 14:21:35 2026-09-10 14:53:45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디저트제국의 두 얼굴’ 연재가 끝났습니다. 수도권 소재 SPC그룹 프랜차이즈 매장(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을 방문해 점주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는 맨땅의 헤딩식 취재를 이어간 끝에 총 163명의 점주들이 참여한 SPC 가맹사업 정책 평가와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세부 평가 문항 분석을 통해 점주들이 SPC 본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2주. 주말을 제외하면 9일 만에 핵심 취재가 이뤄져야 했습니다. 보도와 취재를 병행할 수는 있었지만 ‘SPC 프랜차이즈 점주 만족도 조사’의 경우는 속도전이었습니다. 
 
대면 설문조사에서 다양한 인터뷰 등이 이뤄지리란 기대는 취재 첫날부터 벽에 부딪혔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의 한 매장을 방문해 기자 신분을 밝히자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매장마다 가맹점주의 출근 시간이 제각각이라 점주를 만나기도 어려웠지만, 만나도 설문조사 참여와 인터뷰를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인터뷰는커녕 설문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 되면서 보도의 핵심 데이터 확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디저트제국의 두 얼굴’ 연속 보도를 통해 총 163명 점주가 참여한 SPC 가맹사업 정책 평가와 증언을 확보했다. 사진은 매장 점주 취재를 하는 본지 취재 기자들의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대면 취재 사흘째인 지난달 20일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는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점주들에게 기자들과의 접촉 차단을 요청한 공지를 내렸습니다. 예상보다 회사 대응은 빨랐습니다. 곧 현장 점주들의 반응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취재 의도를 설명해도 매장 방문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부지기수. 겁을 먹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러다간 취재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들었습니다. 사면초가였습니다. 
 
그렇지만 SPC그룹의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는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회사 입단속에 분노한 점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점주들 사이에서 <뉴스토마토>의 만족도 온라인 설문조사 링크가 공유되면서 취재 시작 일주일이 지나도록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던 응답 건수가 치솟았습니다. 한 점주는 “수년 전에도 이와 유사하게 언론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회사의 조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주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해 왔습니다. 
 
“가맹본부-가맹점 갈등 해소 위한 ‘신뢰’ 어디에”
 
취재를 맡은 이수정 기자는 SPC라는 ‘프랜차이즈 공룡’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가맹점주의 상반된 처지에 집중했습니다. 이 기자는 여러 점주 및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점주들이 감소하는 매출과 영업이익, 높은 원재료 비용 부담에 짓눌린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점주들이 목소리라도 내기 위해서는 본사 눈치부터 살펴야 하는 사실은 이 기자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기자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떠받치는 개인, 생계를 저당 잡힌 점주들이 본사와 동일한 시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며 “점주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본사도 함께 힘을 받는 진짜 상생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답답해했습니다. 
 
<뉴스토마토> 한 달여의 '디저트제국의 두 얼굴' 취재와 보도를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SPC 가맹 점주의 생생한 증언을 확보했다. 취재기자들은 서울 및 경기 지역의 각 점포를 직접 취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는 서울과는 사정이 좋지 않은 경기 지역의 SPC 가맹점 실태에 집중했습니다. 인건비를 아끼고자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고 오픈부터 온종일 매장을 지키는 경기의 가맹점주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서울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고객의 수가 적은 탓에 이들은 지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비와 할인 이벤트 비용은 더 큰 부담이 됐습니다. 차 기자는 “경기 지역에서 만난 점주들은 영업이익을 제대로 남기기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며 “점주의 부담은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혜지 기자는 SPC 본사가 가맹점에 유통마진에 의존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사업 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주들의 요구에 공감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 해결을 위한 ‘신뢰’가 실종된 것은 아닌지 반문했습니다. 이 기자는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지만 상대 측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를 경계하기 시작하면 갈등은 해결은커녕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통의 부재가 만든 갈등 해결의 요원함에 안타까워했습니다. 
 
SPC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제대로 할 것 아니면 기사는 쓰지도 말라”는 한 점주의 응답은 이 기획을 끌고 온 원동력이었습니다. 기사는 끝나지만 점주의 삶은 계속됩니다. 그들이 조사에 참여하며 기대했던 변화조차 언제 이뤄질지, 과연 그런 날이 올지 기약할 수도 없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점주들은 아마도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사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기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라고 봤습니다. 이를 통해 ‘디저트제국’의 변화를 위한 미세한 균열 하나 정도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목표였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