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ELS 과징금 하향' 책임 공방
금융위 "금액 낮추라 안 해"
금감원 "금융위 보완 요구 반영"
2026-09-10 14:12:33 2026-09-10 14:30:1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권 과징금이 대폭 낮아진 것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책임 공방이 불거질 조짐입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과징금 감액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주문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보완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 기준이 달라졌다고 주장합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권 과징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과정과 감경 판단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금융위는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권 제재안을 정례회의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르면 이달 말 과징금 규모와 제재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논의되는 과징금은 6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 결정된 약 1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지난 5월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을 돌려보내면서 홍콩ELS 제재는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제재안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근거 등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감원에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대형 금융사 제재안을 금융위가 금감원에 돌려보내 보완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금감원은 이후 제재안을 다시 검토하면서 일부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을 기존 '중'에서 '하'로 낮췄습니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은 과징금 산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이를 반영하면서 전체 과징금 규모도 6000억원대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징금 감경을 어느 기관이 주도했느냐가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이번 국감에서 과징금 감경 과정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과징금 하향 조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절차와 판단 배경, 두 기관의 책임 범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무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의원실에선 홍콩ELS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금융위의 보완 요구 이후 과징금 규모가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한 판단 근거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과징금 재산정과 관련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금감원에 특정 수준으로 과징금을 낮추라고 요구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안의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 다시 검토하라고 요구했을 뿐,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나 감경 폭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보완 요구가 없었다면 제재심에서 결정한 과징금을 재산정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의체 기구인 금융위에서 과징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 다시 내려보냈다"며 "금감원도 금융위가 제기한 법리적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위반행위 중대성까지 다시 판단했고,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감사원도 올 상반기 금융위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는데요. 홍콩ELS 과징금 산정 문제 등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업무 전반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홍콩ELS 사태에서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책임이 도마에 오른 만큼, 소비자 피해 관리와 사후 감독 체계의 적정성 여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책임 공방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제재를 최종 의결하고 금감원이 검사와 제재안 마련을 담당하는 현 구조에서 두 기관의 판단이 엇갈릴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하고 제재안을 만들지만 최종 의결권은 금융위에 있는데, 홍콩ELS 사태처럼 제재안이 오가는 과정에서 결론이 크게 달라지면 어느 기관이 최종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