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선영·이수정 기자] 전세사기 재발을 막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전월세 안심신탁'이 출범을 앞둔 가운데 벌써부터 약정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심신탁 제도는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금을 예치하면, HUG가 이를 투자 운용해 임대인에게 약정 수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로써 임차인은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고, 임대인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동시에 HUG는 미반환 전세금 보전으로 인한 기금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22일 HUG는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 운영을 맡을 운영 기구 현판 제막식을 열고 오는 26일부터 모집 공고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첫 제도 운영인 만큼 집주인이 바뀌거나 세입자가 일찍 나가는 상황, 그리고 예탁금 운용 손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지 등 궁금할 만한 지점을 짚어봤습니다.
매각 시 계약 '승계'…중도퇴거는 '합의'
우선 집주인의 주택 매도 상황에서도 임대차계약은 그대로 승계돼 임차인은 계약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전세계약과 마찬가지로 새 집주인에게 임대인 지위가 넘어가는 식입니다. 임차인이 계약을 중도에 끝내고 싶은 경우에는 현행 임대차 시장 거래 관행과 마찬가지로 양측 합의가 필요합니다. 임차인이 계약을 파기하기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HUG 관계자는 "중도해지는 임대인·임차인 간 합의를 기본으로 하고, 후속 임차인 확보 등 기존 임대차 시장 거래 관행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표준계약서를 설계하겠다"며 "계약이 정상 종료되면 임차인에게 보증금 100% 반환은 보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명도, 미납 관리비, 손해배상 공제, 가압류 등이 발생하면 HUG의 법적 지위 불명확으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한준 HUG 안심신탁기획실장은 "안심신탁은 국토교통부·금융당국·재정당국을 비롯해 LH·HF·금융기관 등 다수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기존 양자 계약을 HUG가 포함된 3자 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간 권리·의무와 HUG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집주인 연 예상 수익 4.35%…가입은 '누구나'
HUG가 임대인이 받을 것으로 예상한 수익률은 연 4.35% 수준입니다. 전세금 2억원 기준으로 세전 월 73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펀드의 실제 운용 실적이 달라져도 임대인에게 지급되는 월수익률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공실이 생기면 최대 2개월간 수익을 보장받는 게 큰 장점입니다.
세입자는 HUG가 보증금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별도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보증료도 내지 않습니다. 안심신탁 주택 전용 저리 전세대출은 은행권과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금리·한도 등 구체적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입 조건은 없습니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소득이나 자산 제한 없이 개인과 법인, 임대사업자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신청할 수 있는 선택제 상품입니다.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도 참여해 HUG에서 매칭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 유형에 원칙적인 제한은 없지만, HUG는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할 계획입니다. 근저당이 설정돼 그동안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주택도 참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탁된 보증금은 민간 투자금과 함께 주택공급활성화펀드(가제)로 조성돼 HUG가 보증하는 PF대출채권 등에 투자됩니다. HUG 관계자는 "수익 극대화보다 원금 보전을 우선한다"며 "펀드 운용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은 전액 보장하고, 임대인에게 지급되는 월수익도 정상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를 임대차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합니다. 김광준 변호사는 "임차보증금 반환을 주택 담보가치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금융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인의 도산이나 조세 체납, 경·공매 등과 관계없이 보증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