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론'까지…2015년보다 더 막힌 출구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상응 조치 수준 '주목'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대화 '제로'
2026-09-29 18:00:00 ㅣ 2026-09-29 18: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의 원인에 대해 우리 군이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상응 조치'의 수준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 당시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극한의 대치까지 이어졌지만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는 탈출구가 마련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남북 대화 채널이 끊긴 데다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출구 전략이 막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년 6월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사진=뉴시스)
 
준전시상태서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전제로 "진상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고가 북한군의 지뢰라는 점은 사실상 명확해졌지만, 아직까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뢰의 매설 시기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심은 것이 발견된 것이라면 파장이 적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 매설된 지뢰라면 남북 관계가 소용돌이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뢰 매설 시기에 따라 상응 조치의 수준을 달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뢰 매설 시기에 따라 이번 사건의 양상이 2015년 당시와 유사하게 흘러가게 될 것이냐는 점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이미 우리 군은 사고 현장에서 북한의 반보병지뢰 1발을 추가 발견하면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상황입니다. 
 
지난 2015년 8월4일 발생한 2발의 북한 목함지뢰 폭발 사고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군은 엿새가 지난 8월10일 한·미 연합 조사 결과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목함지뢰를 매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은 상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2004년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꺼내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의 '자작극'으로 몰아갔고 신경전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같은 달 20일 북한은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대남 포격에 나섰고, 우리 군은 포격 지점을 향해 대응 사격에 나서며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우리 군은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령했으며, 해당 지역에는 별도로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5시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극한까지 치달은 충돌에도 탈출구는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남북 대화 채널이 살아있었고, 양측은 긴장 국면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달 22일 양측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 당국자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첫날 협상은 양측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며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밤샘 협상을 지속한 결과 대북 확성기 중단 등을 통해 25일 새벽 6개 항에 대한 합의했습니다.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6개항은 △남북 당국회담 개최 △북한의 유감 표명 △대북 확성기 중단 △북한 준전시 상태 해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남북 민간 교류 활성화 등입니다. 실제로 6개항의 합의에 따라 군사적 긴장도를 완화했고, 같은 해 10월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꽉 막힌 대화 채널…충돌 땐 '진화 불가'
 
문제는 2015년 당시와 유사한 상황임에도 탈출구 유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지난 2020년 6월16일 북한은 남북 대화 협력의 상징인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이후 2021년 잠시 통신 연락선이 복원되기도 했지만 2023년에는 완전한 단절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DMZ 폭발 사고에 따라 우리 군의 상응 조치가 이어지고 남북 긴장 관계가 다시 고조될 경우 이를 막을 대화 채널이 단절돼 있다는 겁니다. 양측은 결국 관계 안정을 위한 물밑 작업 대신 공식 루트를 통한 강경 메시지만 발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이미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화했다는 겁니다. 지난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또 2024년부터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지우기 시작했고, 헌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게다가 이재명정부 통일부는 '2026 통일백서'를 통해 사실상 '평화적 두 국가론'을 명시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 내에서도 남북 관계를 사실상의 두 국가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지난 2015년에도 북한은 자신들이 매설한 지뢰에 대해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고, 합의문을 통해서야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이번에도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요.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진화 작업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2015년의 대응 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강력 대응이 북한의 유감 표명을 끌어냈으며,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결과물까지 이어졌다는 겁니다. 때문에 최소한 대북 확성기 조치라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극한 대치 상황을 이어가기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의 수위 조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부터 촉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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