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대신 장기 수요를 확보하는 다년 공급계약을 확대하면서 메모리 호황의 성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폭이 점차 완만해지더라도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구조적 수요와 장기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이 매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 초호황기(슈퍼사이클)도 과거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를 전시했다. (사진=이명신 기자)
마이크론은 30일(현지시각) 2026 회계연도 4분기 컨퍼런스콜(실적 설명회)에서 전략적 고객계약(SCA)을 26건 체결해 직전 분기 16건보다 10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들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2030년까지 전체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SCA는 고객이 계약 물량을 구매할 의무를 지는 다년간의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방식입니다. 예상 매출의 75%는 가격 결정 체계가 정해져 있고, 이 가운데 과반은 가격 상·하한을 둡니다. 26건의 계약 등에 따른 고객 재무 약정은 32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를 고객들의 “장기 메모리·스토리지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전자도 다년 계약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상위 5개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추가 5개 주요 고객과도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논의 중인 계약까지 마무리되면 중장기 생산 계획상 D램·낸드 공급량의 60~70%가 다년 계약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과거 수급 사이클에 과도하게 노출됐던 사업 구조를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모델로 전환한다는 구상입니다. 고객들이 중장기 수요 전망을 공유하고 생산능력을 선점하면서 공급업체도 이를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입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TSMC OIP(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SK하이닉스의 차세대 서버 D램과 SSD 라인업.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치고 추가 계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계약기간은 통상 5년 안팎입니다. SK하이닉스는 LTA를 “단순한 물량 공급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고객·제품에 따라 가격 구조를 달리하되 단기 가격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춰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장기공급계약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더라도 시장 외형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이 전분기 대비 10~15%로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AI 서버 수요로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2027년 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서버 비중은 57%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마이크론 역시 내년 1분기 이후 가격 상승률이 완만해질 것이라면서도 초과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027~2028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이 2026년보다 훨씬 타이트할 것”이라며 추가 클린룸 증설에도 “수급이 언제 균형을 되찾을지 가시성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업계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메모리 호황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 D램의 경우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다년 계약을 체결하려는 수요가 높다”면서도 “이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둔화될 수 있지만, 캐파 증가 후에도 추가 D램 수요에다 차세대 HBM 등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돼 매출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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