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내렸는데 이자 더 올라…농협·KB국민은행, 소비자 우롱
내린 가산금리보다 우대금리 더 크게 축소
금리 산정은 '깜깜이'
2026-10-22 06:00:00 ㅣ 2026-10-22 06:00:00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에서 법정 비용을 제외하도록 은행법이 개정됐지만, 실제 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낮추면서도 우대금리를 더 큰 폭으로 줄여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했는데요. 법정 비용 제외 내역과 우대금리 조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금리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법 개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8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연 3.15%로 집계됐습니다. 2025년 8월(3.00%)보다 0.15%p 상승한 수준입니다. 반면 우대금리 성격의 가감조정금리는 같은 기간 평균 1.75%에서 1.70%로 0.05%p 축소됐습니다.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통상 코픽스(COFIX)나 금융채 금리 등 지표금리에 업무 원가,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가산금리에서 가감조정금리를 뺀 것을 '실질 가산금리'로 부르는데,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실질 가산금리는 1.24%에서 1.45%로 0.21%p 확대됐습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할 때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활용하는데요. 은행별로 보면 지난달 실질 가산금리는 NH농협은행이 1.64%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8월 1.24%보다 0.40%p 오른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를 가장 큰 폭으로 줄인 곳은 KB국민은행이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2.05%에서 올해 8월 1.57%로 0.48%p 축소했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관리하는 모습은 은행법 개정 이후에도 일부 은행에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가산금리에서 법정 비용을 제외하도록 은행법이 개정됐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가산금리 인하 폭보다 우대금리 축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겁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가산금리를 0.08%p 낮췄지만, 우대금리는 0.31%p 축소했습니다. 농협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0.26%p 낮추는 동안 우대금리를 0.61%p 줄였습니다. 두 은행 모두 가산금리 인하 폭보다 우대금리 축소 폭이 커지면서 실질 가산금리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민 의원은 이를 두고 법 개정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가 우대금리 축소로 상쇄되는 '풍선효과'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은행법 개정 이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은행이 가산금리에 법정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더라도 우대금리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차주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입니다. 더구나 은행들의 금리 산정 과정이 불투명해 법 개정에 따른 실제 인하 효과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은행이 가산금리에서 법정 비용을 얼마나 제외했는지, 우대금리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했는지 구체적인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민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은행들이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등 법정 비용의 세부 항목별 금액을 제출하지 않고 합계만 제시했다며, 우대금리 산정 내역 역시 영업 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은행들이 금리 산정 내역을 영업 기밀로 보고 공개를 꺼리는 만큼, 금융당국이 법정 비용 제외 여부뿐 아니라 우대금리 조정 배경과 마진율의 적정성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리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를 우대금리 축소로 보전하는 것은 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며 "금감원이 금리 조정 경위와 마진율의 적정성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은행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마진율 산정 기준 공개를 거부해 왔지만, 이제는 은행의 자율성에만 맡길 수 없다"며 "소비자가 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마진율 산정 체계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태영(왼쪽부터) NH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금융감독원 등)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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