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 일축한 채 예고 없이 방중…APEC 앞 '북·미 담판' 시그널
트럼프와 담판 가능성 타진…불발 땐 북·중 경제협력 가속화
2026-10-25 17:37:05 ㅣ 2026-10-25 17:47:59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망설을 일축하고 예고에 없던 '당일치기 방중'에 나섰습니다. 북·중 경제협력 확대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을 겨냥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적 실익과 북·미 대화 가능성을 동시에 노린 승부수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 담판 겨냥한 포석…2018년 외교전 재현되나
 
25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최근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사망설이 확산한 가운데 전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모습입니다.
 
이번 방중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북·중 친선 계승과 경제협력 확대 의지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하고 기념관을 참관했습니다. 이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회담하고 시 주석의 지시로 마련된 환영 연회에 참석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의 회담에서 "양측의 협력 전망은 매우 넓다"며 "중국과 함께 역사적 우의를 계승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해 양국 인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왕 주석 역시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교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해 양국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단둥의 버스 공장을 시찰한 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당일 귀국했습니다. 귀국길에는 이 다리가 양국의 마음을 더욱 굳게 잇는 역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습니다. 
 
다만 북한이 대외적으로 북·중 친선과 경제협력을 강조했지만 방중 시점을 두고는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회담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비슷한 외교전이 펼쳐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해 3월 베이징과 5월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강경 발언을 이유로 5월24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북·미 간 물밑 접촉과 한국의 중재가 이어지면서 회담은 다시 추진됐고, 결국 6월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습니다.
 
외신에서도 이번 방중과 북·미 정상외교의 연관성에 주목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24일(현지시간) 국제위기그룹(ICG)의 크리스토퍼 그린 선임고문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동의하기 전 중국 측과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중재 역할 '관건'…북·미 담판 재현될까
 
북·미 정상회담이 재현되려면 중국의 역할이 관건입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과거 한국이 맡았던 중재 역할의 공간이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시 북·미 대화 과정에 관여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미국과의 외교·통상 협상에서 활용할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방중은 2018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직접 만났지만 이번에는 베이징을 찾지 않았습니다. 대신 왕 주석을 통해 시 주석의 안부를 전달받았습니다. 정상 간 직접 회동 없이 경제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응을 살피면서 향후 협상 시점과 조건을 저울질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실제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다만 북·중 경제협력을 통해 실익을 확보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향후 중국이 북·미 간 가교 역할을 본격화할 경우 2018년처럼 정상외교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에 "북·중 경제협력이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굳이 이 시기에 중국 권력 서열 4위를 만나러 갈 이유가 있겠느냐"며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복합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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