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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W 첫 선고)믿었던 증인한테 당한 검찰
주가조작 '서울대 컴퓨터 도사' 증인으로 세우기도
2011-11-28 16:07:55 2011-11-28 16:41:5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ELW 사건을 진행하면서 검찰이 진땀을 뺀 것은 결정적인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애매모호한 진술을 한 게 결정적이었다.
 
28일 선고된 대신증권의 ELW 사건 공판만 해도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 10여명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특히 지난달 5일 열린 스캘퍼 박모씨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내세운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 김모씨의 증언은 검찰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
 
◇금감원 조사역 "개미 투자자 손해, 스캘퍼 탓 단정 못해"
 
검찰측 증인이었던 김씨는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이 스캘퍼의 탓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느냐"라는 변호인측 반대 심문에 "직접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진술해 검찰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검찰이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 주장의 핵심이 바로 '스캘퍼의 ELW 거래로 개미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었는데, 검찰측 증인이 이를 부인하는 듯한 진술을 한 것이다.
 
김씨는 또 "주문처리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대해서도 "매매전략도 중요하다. 주문처리속도와 매매전략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모호한 진술을 해 검찰의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검찰측 증인으로 나섰던 증권거래소 직원도 DMA 허용 여부에 대해 검찰에서의 진술과 차이가 있는 진술을 하는 바람에 검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화가 난 검찰은 "당신들의 그런 애매한 태도가 문제를 만들지 않았느냐?"면서 "책임회피성 발언을 왜 하는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또다른 금감원 직원도 검찰 수사에서는 "시간순으로 접수된 순서로 처리한다"고 진술해 검찰에 힘을 보탰지만, 법정에서는 다른 진술을 해 검찰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증인으로 나선 '서울대 컴퓨터 도사'
 
검찰은 회심의 카드로 알고리즘 매매로 주가조작을 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대 컴퓨터 도사 조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씨는  선물옵션과 ELW 시장에서 ‘도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씨는 지난 2009년 초 주식·선물 자동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350%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아 36명에게서 35억원을 유치한 뒤, 이 돈을 임의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조씨는 수감자이면서도 전혀 위축됨 없이 진술하면서 검찰·변호인측 주장의 허점을 찌르거나 상대방 증인의 진술을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스캘퍼 박모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는 "변화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재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LP의 내재변동성은 예측할 필요 없이 계산하면 된다. 바로 직전에 거래된 값을 다음 거래에서 사용해도 큰 손해를 입지 않는 오차 범위 안"이라고 진술하며 상당한 경험의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노력도 당초 검찰에서 유죄 입증에 도움이 될만한 진술을 했던 금감원과 증권거래소 증인들이 애매모호하거나 번복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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