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파문' 기성용, 징계수위 어디까지?
2013-07-08 15:02:42 2013-07-08 15:05:58
◇기성용.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글이 공개돼 많은 비판을 받은 국가대표 축구 미드필더 기성용(24·스완지시티)의 징계 수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관계 부서를 통해 징계위원회에 기성용을 회부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확인이 필요했던 '사칭 SNS' 여부가 기성용 본인의 사과문 발표로 본인의 계정인 것으로 명백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사과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축구팬들과 국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또한 기성용에게 적용 가능한 '명예실추' 조항으로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전례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다.
 
◇기성용에게 적용 가능한 협회 징계조항은?
 
기성용에게 적용 가능한 대한축구협회 규정은 '국가대표축구단 운영 규정'의 제13조(선수의 의무)와 제16조(징계)다.
 
제13조 2항의 5호에 따르면 '품위 유지 및 선수 상호간 인화단결을 도모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또한 제16조에는 '①고의로 대표단의 명예를 훼손한 자 ②대표단 운영규정을 위반했거나, 기타 훈련 규범을 지키지 아니한 자를 징계 대상으로 상정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대한축구협회 징계 규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가 심의할 사건은 제4조(징계대상 행위의 성립과 처벌)에 의거해 위반행위 발생 종료일로부터 5년 이내 사건(승부조작, 금품비리, 성범죄 제외)에 한해서 이뤄지도록 돼있고, 제5조(증거우선의 원칙)에 따라 모든 징계는 그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에 기초해 시행된다.
 
또한 제12조(심의대상)에 따르면 축구협회나 징계위원회 징계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비위 사실의 징계 심의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기성용의 경우 잘못을 입증할 증거가 있고, 본인 역시 스스로 이번 파문에 대해 직접 인정했다. 충분히 징계가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기성용에 대해 제재 조치가 가해질 경우 '유형별 징계기준' 3번 유형(명예실추 행위)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축구단체, 축구인의 명예실추에 적용되는 항목으로 해당 선수는 최소 출전정지 1년 이상에서 최대 제명 조치까지 취해진다.
 
축구협회의 선수 징계조치는 제명, 자격 정지, 출전 정지, 50만원 이상의 벌금, 경고 등 모두 5가지의 종류가 있다. 기성용이 1년 이상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 내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은 어렵게 된다.
 
아무리 기성용이 브라질 월드컵에 필요한 선수라도 징계가 약해질 것이라고 미리 기대할 필요는 없다. 실제 과거 2007 아시안컵 당시 음주 파동을 일으킨 김상식, 이동국, 이운재(가나다순) 등은 명예실추 행위에 해당돼 1년 국가대표 정지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기성용의 '비밀 계정', 과연 사적 공간일까?
 
이번 사건에 대해 쟁점이 생기는 이유는 여태껏 유사 사례가 전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승부 조작, 음주 파문, 경기 중 욕설 및 폭력 등에 의한 징계는 있지만 SNS에 게재한 내용에 의해 징계 여부가 논의되는 적은 처음이라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SNS가 사적 공간인가, 공적 공간인가에 대한 점도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에 있어 논란 거리로 작용한다. 각종 논문이나 연구 자료가 SNS 성격을 여러가지 형태로 규정 중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도 현재 이같은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과 축구계의 위신을 추락시킨 망신스런 사건이지만 '사적 계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공개할 의도가 없는 계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 전문가 대다수는 "최근들어 'SNS에 사적 개인 공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방향으로 학계와 업계의 의견이 한데 모이고 있다"고 전한다. 게다가 페친이 100여명 정도에 육박할 경우 사적 계정으로서 보는 것은 무리란 각계 지적에는 이견이 없다.
 
류승훈 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KOSNA) 한류사업단장은 "'사적공간'이라고 말하려면 관리를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면서 "유명인이 운영하는 인원 통제가 안되는 공간은 당연히 공적 공간으로 생각해야 하며 기성용의 페이스북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비공개계정'은 절대 없다고 봐야 한다. 일기장과 다름없는 공간으로 생각했다면 개별 포스팅마다 설정 가능한 '나만 보기' 기능을 통해 등록했어야 한다"면서 "SNS 업계에서는 최근 페북에 계정을 만드는 것 자체가 비공개 계정이 전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사적 공간'이라고 주장하려 한다면 특정 사람이 모여 일정 규칙에 따라 비밀그룹을 만들고 '해당 그룹 내부 구성원만 내용을 공유한다'는 동의를 구성원간에 미리 충분하게 거쳤어야 한다. 비밀그룹이 아닌한 SNS에 더이상 사적공간은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기성용 페이스북. (사진=기성용 페이스북 캡처)
 
◇사죄를 표한 기성용, 대표팀에 꼭 필요한가?
 
기성용의 징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의중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홍 감독은 월드컵 출전선수 선발에 영향을 줄 사안에 대해 협회에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만약 홍 감독 본인 스스로 월드컵 본선 운영 시나리오에 기성용 출전을 포함시켰고 이에 대한 견해를 표명할 경우 축구협회의 기성용 징계수위가 변화할 여지는 충분하다.
 
실제로 홍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전례가 있다. 박주영이 지난 2012 런던올림픽 개막 직전 병역회피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후 여론을 피해 칩거하자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박주영을 감싸며 그를 대표팀 선수에 포함했다. 결국 홍 감독의 꽤 강한 의사에 여론이 돌아섰고 이란과의 3~4위전에서 1-3으로 뒤지던 후반 33분 골문을 열며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쾌거에 일조했다.
 
지난달 25일 파주NFC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첫 기자회견 중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홍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문제를 일으킬 때에는 먼저 설득에 나설 것이다. 선수 중에는 일일이 지적을 해야 하는 선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깨닫는 선수도 있다. 계속 지적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팀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성용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의 근거다.
 
다만 기성용의 현재 상황은 매우 나쁘다. 해외파를 운운하며 축구계 대선배이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해 "그러다 다친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홍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 당시 밝혔던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 언행을 일삼았다. 30년 선배이자 대표팀 사령탑을 비난하고 조롱했으며 불화설의 최중심에 서있는 선수라는 점은 기성용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홍명보 감독의 의중과 축구협회의 결정이 남았다
 
기성용은 에이전트인 C2글로벌 추연구 이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에 최 전 대표팀 감독은 기성용을 용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전북 현대 감독으로 돌아온 최 감독은 7일 포항전 직전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 게 안타깝다. 기성용도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말했다.
 
더불어 홍 감독은 최근 스포츠지 축구팀장과의 만남에서 "여론과 언론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내가 그 선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뽑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분명 기성용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 미드필더 중 한명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견인한 주역이기도 하며,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스완지 시티에서도 주전멤버로 기량을 적극 뽐내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강조하는 조직력 면에선 최악의 선수다. 감독을 조롱하며 폭언을 주저하지 않았고 파벌을 조장했다. 조직력을 해칠 요소를 두루 품고 있다. 국민 여론도 결코 좋지 않다.
 
'계륵'으로 전락한 기성용이 홍명보 감독과 함께 뛸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스포츠계 사상 초유의 SNS 파문을 일으키고 국가대표팀 불화설에 중심에 자리잡은 그가 브라질 월드컵에 향할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기성용.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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