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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安 통합 불붙인 '기초공천 폐지' 뭐길래
2014-03-04 08:46:09 2014-03-04 08:50:22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지난 2일 전격적인 통합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둘의 연결고리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였다. 기초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통적인 공약 사항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새누리당이 '위헌 소지, 정당 책임정치' 등을 이유로 공약을 번복하고,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번복과 당원 탈당 등 현실적인 이유로 머뭇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이 지난달 24일 기초공천 폐지를 선언하고 정치권에 동참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나흘 뒤 최고위원회 절대다수 의견으로 '무공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의 폐지 결정은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의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 선거 공약사항임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기초공천 폐지를 쉽게 이행하지 못 했던 이유는 유지로 인한 부작용도, 폐지로 인한 부작용도 모두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기초공천 폐지 공약..왜?
 
기초공천 폐지는 이전부터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해오기도 했지만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정당개혁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도 이에 동의하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도 폐지 촉구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
 
이들이 2006년 도입된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이유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공천 비리' 등 크게 두 가지였다.
 
기초단위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나 광역 단위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적다. 이런 이유로 유권자는 자신과 가장 밀접한 생활 공간의 일꾼을 뽑으면서도 후보 개인의 능력보다는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의 능력'보다 '깃발'이 우선시 되면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능력보다 중앙당으로부터 공천을 얻어낼 수 있는 후보자가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에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후보는 공천을 얻기 위해 중앙당에 과잉 충성하며 지방 자치의 자율성을 갉아먹었고, 중앙이 갖고 있는 공천권은 '기득권'의 다른 말이 됐다. 공천 과정에서 비리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기초선거 공천이 처음 도입된 2006년만 하더라도 '공천심사위에 하수인 심기', '공천심사자 이름 도용', '무더기 입후보 통한 선거카르텔 형성' 등 공천 관련 다양한 비리 유형이 적발됐다.
 
정치권이 한때 입을 모아 기초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다.
 
그러나 기초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 후보가 난립할 수 있고, 자금 동원력이 큰 지역 유지의 입김이 커질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낙후된 정치풍토 문제로 이어진다. 제도가 어떠하든 문제는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냐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기초의원선거에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입법목적이 정당한지 여부(사건번호 99헌바28)'를 묻는 헌법소원에 다음과 같이 선고한 적 있다.
 
"우리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혈연·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기초선거에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당락뿐만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입법목적은..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11.25 선고)
 
물론 위 선고 이후 15년이 지났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도 커졌다. 지방정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전개돼왔다. 하지만 각종 공천 비리 사건을 끊이지 않았고 재·보궐 선거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치러왔다.
 
기초공천 유지와 폐지 모두 일장일단의 측면이 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일찍이 기초공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마련에 골몰해왔지만 여전히 찬반이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여성 등 소수 세력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현 제도와 달리 기초공천이 폐지되면 정치 신인과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참여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 기초공천 폐지하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기초공천을 폐지(기초 비례의원은 공천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6월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의원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 칸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호는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부여되는데 최대 128석(민주 126석+새정치 2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통합 신당'이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1번, 통합진보당이 3번, 정의당이 4번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에서 기초선거를 준비하던 후보자들의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이 '정당의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김한길 대표는 기초공천 폐지를 발표하면서 "당의 무공천 결정이 기초선거를 준비해 온 당원 동지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요구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당원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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