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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방 예산 갈등에 보편적 복지 '삐걱'
지방 "중앙정부 지원 확대 필요"
정부 "고통분담, 효율화 해야"
2014-10-21 18:31:17 2014-10-21 18:31:17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예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보편적 복지 서비스들이 파행될 지경이다.
 
지난 16일 서울시·경기도·강원도 교육청 국정감사도 예산 문제로 중단됐다. 전날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도록 한 것이 발단이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예산편성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은 2012년 관계부처가 합의한 사항이라고 반격했다. 또 고통분담론도 제기했다. 세수가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교육청이 사업을 효율화해서 누리사업 예산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좌)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우)이 16일 기자회견장으로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News1
 
반면 야당과 교육감들은 관계부처 합의부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교육감들과는 소통하지 않고 매년 3조원씩 지방교육재정이 증가한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교육재정은 계속 줄어들어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경우 8532억원이 펑크난다.
 
교육청이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등 고정 예산 비중이 많아 누리예산을 새로 편성할 경우 무상급식 등 기존사업을 접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경직성 경비가 75%나 된다"며 "재량 지출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뿐 아니라 무상보육, 기초연금에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맞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정부가 두 제도를 시작했으면서 예산 부담은 지방정부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자치단체들 중 ‘파산’하는 곳이 나오면서 무상보육, 기초연금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초연금 국고보조율을 90%까지 확대하고,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은 현재 서울 35%, 지방 65% 수준인 것을 서울 40%, 지방 7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선 6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이나 구청장이 시민들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예산이 동이 난 상태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중앙 정부의 의무"라며 무상보육, 기초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 절대 불가 방침이다. 이유는 누리과정 예산과 비슷하다. 정부도 지원할 여력이 없고 지방정부도 복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지원은 충분히 했다는 반박도 내놨다. 지난해 정부는 ‘중앙-지방간 재원 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2015년까지 11%로 높였음을 근거로 댔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재원 조정 방안은 ‘밑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비판했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세인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고 이를 보존해주겠다며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높여준 것인데, 마치 복지 예산을 지원해주기 위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사업 효율화로 복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회간접자본(SOC)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을 줄이고 이를 보육예산, 기초연금, 누리과정으로 돌리는 것이다.
 
◇지난 1월 18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원-광명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News1
 
내년 SOC예산은 24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3조7000억원보다 더 확대되는 것이다. 다른 항목으로 숨어있는 SOC 예산도 많다. 예산감시네트워크는 안전예산이 12조4000억원에서 14조6000억원으로 17.9% 증가했지만 도로건설, 유지 등 SOC사업에 쓰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SOC 사업에 예산이 편중됐다. 지난 2011년 국내총생산과 비교해 정부의 SOC사업 재정지출은 20.1%였다. 이는 OECD 평균 10.4%의 약 2배 수준이다. 정부는 SOC사업이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90~2007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SOC 재정투입은 OECD 국가 중 1~2위였지만 효율성은 25~28위였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SOC사업에 돈을 지출했을 때 제일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은 건설사들이다. 그 돈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차라리 보편적 복지에 사용하는 편이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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