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재활용' 땅매입은 '투자'..잘못된 '정책' 엇갈린 '기업'
토지투자 폭넓은 해석으로 현대차는 희소식
2014-12-26 17:46:02 2014-12-26 17:46:02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침이 때 아닌 인수합병(M&A) 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투자의 구분에 M&A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울상을 보이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지난달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대형 M&A를 성사시켰지만, 이 부분에 투입되는 2조원이 넘는 비용을 비과세 대상인 투자로 보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해하지 못할 결정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속에 M&A 수요는 앞으로도 늘 수밖에 없다. 
 
특히 한화와 삼성의 빅딜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M&A를 성사시킨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기업들 간 구조조정이 필요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당장 한화는 11개 계열사에서 83억원의 세금을 추가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에서 사들인 방산과 석화계열 매입비용을 과세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떨어내지 못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이미 고용승계 등을 약속한 상황에서 부담만 추가적으로 늘게 됐다.
 
◇"M&A는 중고품을 사는 재투자"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당기소득의 일정액 중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 10%의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기로 했다. 당초 공언대로 투자나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쌓아놓는 사내유보금을 직접 겨냥한 조치다.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의 대기업법인이 대상이며, 투자를 포함할 경우 소득의 80% 이상을 써야 과세되지 않고, 투자를 제외할 경우 소득의 30% 이상을 써야만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여기서 제시하는 투자의 기준이다.
 
정부는 기계장치나 차량·운반구, 공구, 기구 등 전통적인 투자에다 개발비, 특허권, 상표권 등과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 및 신증축 토지까지 투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이 중요한 투자로 생각하는 M&A 비용은 여기에서 말하는 투자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M&A나 지분취득은 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투자에 혜택을 줬던 것은 부가가치 창출 등 외부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M&A는 기존 회사를 그대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중고품을 사는 것과 같이 재투자에 해당된다. 부가가치 창출이 적은 재투자는 투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법예고과정이 남았지만 정부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M&A가 기업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이상한 상황도 예견되고 있다. 한화와 삼성의 빅딜을 시작으로 재계 곳곳에서 사업구조 개편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M&A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터다.
 
이미 한화에 방산과 석화계열을 매각한 삼성그룹의 경우 각종 사업을 쪼갰다 붙이는 작업 외에 주력사업이 아닌 사업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도 계열사간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와 부품, 철강의 수직계열화를 더욱 공공히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사업의 위기로 신성장동력이 간절한 SK그룹과 포스코 등도 사업구조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부동산은 투자"..현대차 특혜 논란
 
이번 세제개편 과정에서 건물과 토지의 신증축비가 투자의 개념에 새롭게 포함된 점도 논란거리다.
 
현재 건물이나 토지의 신증축비는 기계설비를 제외하고는 세제혜택이 있는 투자개념에 포함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만은 예외적으로 포함됐다. 땅을 사더라도 공장을 짓기 위해 샀다거나 사업용 건물을 짓기 위해 샀다면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
 
당장 천문학적 금액인 10조5500억원을 들여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로 골치 아팠던 정부는 물론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던 한전의 고민까지 해결해 준 현대차에 대한 배려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대차는 땅을 샀을 뿐 어떻게 사용할 지 안 정해졌다"며 의혹을 부인한 뒤 "이번 제도의 취지가 사내유보금을 생산적인 부분에 쓰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쪽은 투자의 범위를 더 확대해서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기업분석업체 CEO스코어가 정부의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기업소득환류세제로 10대 그룹이 추가로 부담할 세금은 1조81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 중 세금부담이 가장 큰 곳은 현대차그룹으로 5547억원, 삼성그룹과 SK그룹이 3799억원, 92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한전부지 매입비용 10조5500억원이 투자로 인정될 경우 세금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며, 결과적으로 기업에 세금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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