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낙관론 경고..구조조정 시급
2009-05-05 09:17:56 2009-05-05 09:17:56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면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기가 또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심리가 크게 호전되고 주가가 1,400선 턱밑까지 오르는 등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아파트 가격도 굳건히 버텨내자 이제 힘든 시기는 지났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효과로 인해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 만큼 일시적인 경기 호전 분위기에 밀려 부실 구조조정이나 차입 축소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더블딥 가능성 우려

최근 국내 증시가 달아오르고 원화가치도 상승하고 있지만 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더블 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경기가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는 상승세를 타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돈 퍼붓기가 주춤해지는 3분기나 4분기 들어서는 다시 상승 탄력을 잃게 된다는 의견이다.

한국의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글로벌 경기가 한국경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금리를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상태로 내렸고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 정책을 펴면서 더는 사용할 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의 위축을 초래하면서 수출로 버티고 있는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JP모건체이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전 세계적으로 더이상 사용할 카드가 없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경우, 3분기나 4분기에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더블딥에 대한 논쟁은 '서울 강남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고 이대로 올라갈 것이냐'에 대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잘 살아남았지만 이대로 시련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강남 지역 부동산이 실질적인 조정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가계의 소득여건 악화, 미분양 주택 누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택가격은 미국과 영국처럼 장기에 걸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가계나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는 경기 침체기에는 주택가격 하락이 가계 및 기업대출의 부실화를 초래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신종플루의 충격도 적지 않은데다 ▲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고용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점도 한국경제에 부담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바닥 멀었다"..신중론 우세

더블딥 논의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들어섰음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아예 경기 회복을 논하기 어려운 단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이는 작년 하반기에 경기가 급격히 하강한 뒤 여전히 극심한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낙관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국면의 전환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올해 중으로는 `L자형' 침체가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아예 바닥론 자체가 성급하다고 보면서 경기가 침체를 이어가며 다시 계단형으로 추락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가 아직 이르고 더 하강할 위험이 크다"며 "현재로서 더블딥은 한참 먼 얘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 "V자형 환상 버려라..구조조정이 해답"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더블딥에 빠지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부실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올해 중순쯤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여기에 의존해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역효과를 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마철에 날씨가 언듯 개었다고 우산을 치웠다가는 장대비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성급하게 경기 회복을 낙관하면 버블.부채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창출이 아니라 정부 지출에 의존해 소비에 나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양 효과가 떨어지면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도 "가장 불안한 것은 실물이 제대로 살아나지도 않았는데 기대감만 너무 팽배한 경우"라고 말했고 KDI 이재준 연구위원도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금융 쪽에 문제가 생기면 경기회복이 많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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