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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싫어"…실효성 없는 소셜믹스
건축심의 신청시 임대주택은 구석에
혼합단지 관리규약 법적 구속력 없어
2015-07-12 11:00:00 2015-07-12 11:00:00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한 동에 배치하도록 하는 '소셜믹스'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건축심의 신청 시 소셜믹스를 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0여 개의 정비사업 구역에서 유관부서 협의단계시 소셜믹스에 대한 내용을 누락하거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셜믹스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한 동이나 단지에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임대단지 슬럼화와 거주민 차별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3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고립시켜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하거나 건축심의 신청,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은평구 수색7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은 임대주택이 단지 한쪽 구석에 집중 배치돼 있다. 따라서 주민 간 위화감 조성과 임대단지 입주민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올초 정비계획안 재협의 대상이 됐다. 현재는 지난 5월부로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상태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6구역 역시 정비계획과 사업시행변경 인가 단계에서 단지 우측 하단에 분양단지와 독립, 집중 배치돼 있다는 시의 검토 의견을 받았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단지들이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가구수 및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정비계획안에 포함시켰지만 분양단지와의 고른 동 배치와 발코니 확장에서는 배제시키는 모순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건축계획 수립 시 임대주택은 동일한 단지 내 분양주택에 비해 고지대나 자투리땅에 배치하는 등 입지적인 측면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건립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입주 후 단지 간 갈등이 심해지고 공동체시설 이용에도 불리한 점이 있어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부지를 별도로 구획, 분할하지 않고 한 단지에 별동 내지는 같은 동에 라인별로 혼합배치 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근 자치구에 건축심의 신청 시 소셜믹스를 누락한 채 심의가 이뤄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셜믹스 형태로 지어진 단지들에서도 여전히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주민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 우면동 N단지의 경우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섞인 혼합단지임에도 분양주택 입주자 대표들만 선출, 분양주택 규약으로 단지 전체의 운영과 관리비를 심의해 사용하고 있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분양주택은 주택법, 임대주택은 임대주택법 적용을 받아 각각의 대표회의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 두 대표회의의 의견을 종합해 단지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분양임대혼합단지 관리규약'을 제정, '공동주택대표회의'를 구성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공동주택대표회의 구성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소셜믹스라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모두 몇 동 몇 호인지 알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주자모집공고에도 몇 동이 소셜믹스 단지인지 나오고 등본을 떼보면 소유자가 법인으로 돼 있어 임대주택인 것을 뻔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허울뿐인 제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한 동에 배치해 차별을 줄이는 '소셜믹스'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단지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뉴스1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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