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⑧LG, '상제임여'로 혁신하라
입력 : 2018-05-14 06:00:00 수정 : 2018-05-14 06:00:00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한국 기업은 어디일까. 전기차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가진 LG다. 전기차 시장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준비를 하는 LG는 전기차 분야에서 완성차에 대한 잠재력까지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시장은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자체를 변화시킬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미국 엘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테슬라가 글로벌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표적이다. 2016년 스위스 다포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의 주요한 어젠다로 제기된 후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자동차로 수소차를 개발 중이고, 삼성도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넘어 전기차시장으로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삼성이 주목하는 곳이 바로 전기차시장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 중에서 전기차시장에서 잠재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곳은 LG다. LG의 자동차 전장사업 가치사슬(Values chain)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LG CNS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쳐, LG이노텍의 모터와 토크앵글센서, 카메라모듈, LED램프, LG전자의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이다. 사실상 자동차의 프레임과 타이어를 뺀 거의 모든 분야에서 LG가 기술력을 갖췄다.
 
사진/뉴스토마토

전기차시장에서 글로벌 잠재력 갖춘 LG, 전방위 가치사슬로 연결
 
글로벌 전기차시장에 대한 LG의 정책방향을 동아시아문명의 시각으로 보면 '상제임여(上帝臨女)'다. 동아시아문명의 고전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이 대목이다. 주나라 무왕이 목야(牧野)에서 10배나 많은 상나라 군대와 운명을 건 대회전을 할 때, 주 무왕은 하늘과 군사들을 향해 "하늘의 상제가 너에게 임했으니 너는 두 마음을 갖지 말라(上帝臨女 無貳爾心)"고 외쳤다. 비록 적이 월등히 우세한 군사력에다 전차군단까지 동원했지만 하늘의 뜻은 너에게 있으니, 두려워서 도망가거나 회피하는 데 마음먹지 말고 하나의 마음으로 적진을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동아시아문명의 장대한 역사에서 거의 맨 처음에 해당하는 역성혁명의 서사시가 바로 목야에서 펼쳐졌다. 그 결과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등장했다. 뒷날 송나라 주희는 '상제임여'를 "천명이 필연적임을 알아서 하늘이 그 결단을 도운 것이다"고 말했다.
 
LG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동아시아문명에 빗대면 "상제임여의 리더십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넘어서라"는 과감한 주문으로까지 연결된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상나라의 허장성세인 전차군단 같은 것일 수 있다. 테슬라의 개척자적인 기업가 정신은 대단한 것이지만 전기차시장에서 그 혁신이 성공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난관이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미국에는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만한 제조업 기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가솔린차량처럼 내연기관 엔진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자동차로서 기능과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모든 제조업의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듣는다. 전기차든 자율주행차든 가장 먼저 제조업 생태계의 기반이 튼튼해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금성사는 1958년 구인회 락희화학(현재 LG화학) 사장이 설립했다. 사진/뉴시스
 
머스크는 개념에 입각한 혁신가다. 지금 테슬라가 시장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혁신가의 창조적 상상력과 이를 신뢰하는 미국 금융권의 지원이다. 테슬라가 앞으로도 계속 시장경쟁력을 가지려면 전기차 생산공장을 뒷받침할 건실한 자동차 제조업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에는 제조업 기반이 없어졌다. 반면 한국은 독일에 버금가는 자동차 제조업 생태계가 건실하다. 한국에서 전기차에 대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기업이 나온다면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시장을 넘어설 것이다. 비록 머스크라는 기업가 1인의 혁신역량은 테슬라가 뛰어날지라도 LG는 테슬라를 넘어서는 잠재력과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다. LG의 기업리더십은 지금 목야에서 무왕이 외친 '상제임여'을 숙고할 때다.
 
주나라 건국정신과 LG 기업문화…<주역>으로 본 LG
 
흥미로운 점은 LG의 기업리더십에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으로 이어진 가족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나라를 세운 것은 무왕이지만 건국의 기틀을 닦은 것은 아버지인 문왕이다. <시경>과 <서경> 등에는 무왕의 선대에 대해 일들을 전하고 있다. 고공단보→왕계→문왕→무왕으로 이어지는 주나라 가계는 인화(人和)를 중심으로 하고 덕치(德治)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았다. LG의 창업정신 역시 인화다. 또 창업 때부터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동업, 2005년 LG와 GS로 계열분리하기 전까지 반세기 넘게 어떤 경영권 분쟁도 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지냈다. 재계에서는 이를 인화를 강조한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LG가 가전시장을 넘어 새로운 글로벌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면 주나라 역사는 많은 것을 배우고 경영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주역>의 벽괘설에 따르면 현재 LG의 기업리더십은 '쾌(心없는 快)괘'에 해당한다. 기업의 생애주기로 보면 '쾌괘'는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나아가기 직전의 단계다. 이때 일반적인 기업리더십이라면 자신의 용력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쾌괘'는 군자가 소인을 몰아낼 때 힘을 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인의 잘못을 들추어냄으로써 만인의 공감을 얻고 소인이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때도 군자는 정성을 다해 만인에게 호소하고 가까운 자기 고을에서부터 인심을 얻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7 씽큐' 사진/뉴시스
 
현재까지 LG가 보여준 기술역량과 잠재력, 기업더십을 글로벌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시장에서 충분히 글로벌 경쟁상대들을 앞설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군자가 힘으로써 소인을 몰아내는 것처럼 공격적 경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글로벌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LG가 글로벌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소비자로부터 좋은 호응을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동일한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해외에서는 저렴하게 팔거나 대폭 할인하면서 유독 국내에서만 비싸게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행태는 국내 소비자로부터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등을 돌리게 만든다. 그래서 '쾌괘'는 '거덕즉기(居德則忌)'라고 했다. 덕이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꺼려지는 것을 예방한다는 뜻이다. 

"때가 왔다"…과감한 도전 주문하는 LG
 
LG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혁(革)괘'다. 말 그대로 혁명이 필요하다. 혁은 '이일내부(已日乃孚)'라고 하는데, 시기가 무르익어야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의미다. LG의 글로벌 네트워크환경은 시기가 점차 무르익는 형상이다. 여기에 정성만 다하면 글로벌소비자들이 LG를 믿어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소비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LG라는 브랜드는 잘 알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LG가 전기차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빠른 시일 안에 소비자들에게서 친근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LG는 헤드램프 기술력이 세계 선두권에 있는 오스트리아 기업 ZKW를 인수하기로 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최근에는 미국의 완성차업체 포드와 전기차 구동장치 공급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변화에 필수적이다. 상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하늘의 순응과 만민의 호응을 받아 혁명을 이뤘다. 그래서 '혁괘'의 시기는 무엇이 크게 일어나는 때다. 그리고 이때는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혁명 외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후회가 있게 된다고 했다. LG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미 혁명이 날이 다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에서 LG는 후회 없이 전향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입지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를 맞고 있다.
 
4월2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LG사이언스파크 개관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LG의 새로운 시대 위한 임직원·협력사 정비 필요
 
LG의 계열사 임원들은 '여(旅)괘'다. 동아시아문명에서 재미있는 점은 어떤 경우는 그 역설적인 설명이 현대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주역> 벽괘설에서 '여괘'가 이에 해당한다. LG의 기업리더십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없는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계열사 임원들은 오히려 회사를 떠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를 두고 '여지시의 대의재(旅之時義 大矣哉)'라고 했다. "나그네가 떠나고자 할 때의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떠나는 것이 큰 미덕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아시아의 역사에서도 군주괘가 '쾌괘'여서 군주가 크게 개혁정치를 할 때는 기존에 그 나라를 뒷받침하던 많은 제후들이 스스로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이를 미덕으로 여겼다. 그들이 활약한 한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군주와 일할 제후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래서 개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 나라의 기둥들인 제후가 떠나는 것이다. 지금 LG는 전기차시장 진입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계열사 임원들이 과감하게 먼저 떠나주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LG의 협력사들은 '고(蠱)괘'다. 좀이 쓸면 일감이 생긴다는 의미다. 오래된 집이나 시골집 천장과 마루 등에 좀이 생기는 것과 같다. LG와 협력사의 관계도 이에 비유된다. LG는 한국 기업사에서 오랫동안 재벌 대기업의 위치를 유지해 오면서 관계를 맺은 오래된 협력사들이 있다. LG가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때는 먼저 오래된 협력사들과 관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협력사의 입장에서도 오래된 관계가 끝나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LG가 전기차시장 등 새로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사업의 성격에 합당하게 협력사와 관계를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LG그룹의 자동차 전장사업 Value chain. 사진/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LG와 구성원의 관계는 '송(訟)괘'다. 기업리더십과 알게 모르게 마찰이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지금 LG의 기업리더십은 과거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관계설정을 통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오히려 기업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는 생활의 안정을 위협한다. 중요한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다. LG의 기업리더십은 이런 잠재적 갈등요인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LG는 4월에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LG사이언스파크'를 열고 이른바 '마곡시대'를 시작했다. 이곳에는 LG의 연구개발(R&D) 인력 2만2000여명이 집결하는데, 국내 최대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다. 2014년 착공해 약 3년6개월 만에 첨단 연구단지가 생겼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들이 한곳에 모여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LG사이언스파크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지금 LG의 기업리더십은 주나라 창업과 같은 형국에 처해 있다. 주 무왕의 아버지 문왕은 서산이라는 서쪽의 조그만 지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무왕은 좁은 서산을 벗어나서 중원의 큰 무대로 나갔다. 지금 LG도 가전시장에서 벗어나 전기차시장이라는 글로벌 무대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LG는 보수적 경영을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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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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