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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행장 구속될까?…업계 ‘촉각’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CEO 구속사례 없어" vs 법조계 "현직 행장인 만큼 증거인멸 우려"
함 행장 측 "리스트 전달했지만 합격자 결정 관여한적 없어"
2018-05-31 17:18:44 2018-05-31 18:23:25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함 행장의 구속기소 여부에 은행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함 행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함 행장이 현직 CEO라는 이유로 구속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KEB하나은행은 행장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는 만큼 KEB하나은행 뿐만 아니라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1일 은행권에서는 업무방해를 비롯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함 행장에 대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채용비리 의혹만으로 행장이 구속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실무자와 임원이 구속된 사례는 있어도 이광구 전 우리은행(000030)장처럼 CEO가 구속된 사례는 없다"며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의 경우 함 행장과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범죄혐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 사유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함 행장이 남녀고용평등법 혐의도 받고 있지만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와 같이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구속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에 대해 이 전 행장 ,함 행장과는 다소 다른 경우로 보고 있다. 박 전 행장 역시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으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한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함 행장 측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함 행장이 일부 응시자에 대한 리스트를 인사팀에 전달하긴 했지만 합격자 결정에 관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함 행장 측 관계자는 "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부 응시자에 대한 리스트를 본점 인사부에 전달했지만 이후 인사 관계자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고 합격자 결정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며 "관계자 진술 등을 보면 부탁 및 지시 등으로 합격자 결정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증거에 의해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함 행장의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에서 활동 중인 경우 법원에서 관련 서류를 조작한다거나 관계자들과 입을 맞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함 행장은 현직 행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의 경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적지만 함 행장은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예상대로 함 행장이 구속될 경우 KEB하나은행은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수장을 교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함 행장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에 이어 지주 부회장으로서 2인자 역할을 해왔던 만큼 하나금융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속 여부에 상관없이 기소될 경우 재판을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장직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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