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하는 까닭
입력 : 2018-07-03 06:00:00 수정 : 2018-07-03 06:00:00
인간은 자연의 아들이다. 인간의 유전형질은 삶의 조건에 따라 변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몸은 성장하는 물리적·정신적 환경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사람 몸의 생리학적 불안정성, 즉 사람이 처해있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육체적·심리적으로 비위생적이고 오염된 환경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해친다.
 
인간이 환경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된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것은, 인간의 유전형질 구조 자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것과 다름없다. 환경이 오염될수록 우리의 인체는 더 파괴된다. 이러한 명백한 진실을 외면한 채 인간은 끝없이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도리어 21세기 들어 환경보호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환경보호가 전지구적인 과제가 되고 있지만 나라 별로 접근방식은 다르다. 어떤 나라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대처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다. 프랑스의 경우 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는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어서 뿐만이 아니라, 환경이슈가 우리와 달리 언론사 메인뉴스로 자주 등장한다. 환경문제를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생존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최근 헌법 제1조에 환경문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는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시민이 출신이나 인종, 종교에 관계없이 법 앞에 평등함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1958년에 제정된 제5공화국 헌법 제1조는 지구 환경보존을 당면과제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 제정 후 60년이 지난 지금 환경이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자 니콜라 윌로 환경부장관은 헌법에 평등이나 정교분리와 같은 무게로 환경보호를 명기하자고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헌법 제1조에 “공화국은 환경의 보호와, 특히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항구적 발전,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덧붙이길 제안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고 식물 다양성 보호와 환경보존을 위한 투쟁을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명기하자는 것이다. 법률개정 심의위원회는 국회가 제시한 변경안을 곧 심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진하는 공화국(REM)’의 마티외 오르플렝(Matthieu Orphelin) 의원은 “이는 획기적인 소식이며 법률적 토론에서 자연보호가 좀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법을 통해 환경과 기후보호를 헌법이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윌로 장관의 한 고문은 “헌법 제1조에 환경을 명기하는 것은 공화국의 토대가 되는 원동력의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프랑스 정부 전체가 이 쟁점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미심장한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독립연합(UDI)’의 베르트랑 팡쉐르(Bertrand Pancher) 의원은 “모든 대형 환경조직 단체가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연구했고, 결국 우리에게 헌법 제1조에 이 조항을 새겨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환경보호를 헌법 제1조에 명기하여 현대적 헌법을 만들겠다는 프랑스의 환경론자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한국의 환경운동은 어디쯤 있는지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도 최근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환경보호 의식이 고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나 미세먼지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을 보면 선진국답지 못한 면이 많다. 최근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환경과 인간을 위한 차원보다 쓰레기산업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다 보니 미봉책에 그쳤다. 미세먼지 대책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프랑스를 하나의 모델로 삼자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도 환경문제를 이제는 좀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환경문제를 돈과 결부시켜 산업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거나 대한민국 국민만을 위한 대책 세우기가 아닌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환경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인지 보다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환경보호, 특히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항구적 발전과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글로벌 비전으로 접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프랑스가 헌법 제1조에 환경보호를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아바타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과 또 다른 이웃들인 동물들에게 아름다운 대지를 차지할 똑같은 권리를 주어야 한다.” “에너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지금 잠시 빌려 쓰는 것뿐이다.” 우리가 환경문제를 좀 더 큰 폭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이보다 더 명료하고 가슴 뭉클하게 제시해준 대목이 또 있을까.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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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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