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인권은 혐오를 넘는다
입력 : 2018-07-18 06:00:00 수정 : 2018-07-18 10:37:52
지난주 토요일 서울시청 광장은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로 땀이 강이 되어 흘렀다. 19회 퀴어 문화축제가 열리는 광장 주변에는 수십 개의 부스가 설치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 대사관들에서도 부스를 차렸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건물 외벽에 무지개 깃발을 내걸고 광장에도 부스를 차렸다. 경찰 추산으로만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의 축제와 이어진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고 하니 매년 참가자가 늘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젊은 층 중심의 시민들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땡볕도 아랑곳없이 잔디밭 곳곳에 앉아서 행사를 지켜보고 부스마다 돌면서 다양한 이슈들의 성소수자 문화들을 만났다. 거리에서라면 하기 어려운 복장의 옷차림새도 허용되는 그런 자유로운 공간에서 그들은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며 외쳤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한편 광장을 둘러싸고 동성애 반대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하나님에 대한 죄를 말하고, 불쌍한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라며 기도했다. 종종 광장으로 진입하려고도 해서 마찰을 일으켰지만 예년보다 그 강도는 훨씬 낮았다. 내가 나가 있던 ‘인권재단 사람’ 부스의 건너편인 대한문에는 오전부터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라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의 음향까지 섞여서 더욱 머리가 어지러웠다.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분향소는 그들에 의해서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국민청원이 20만이 넘었지만 퀴어 문화축제는 열렸고, 퀴어 퍼레이드도 아무런 문제없이 열렸다. 이미 이 행사들은 성소수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에 의해서 동원된 게 아니라 스스로 폭염 중에도 기꺼이 나와 함께 하는 자발적인 시민들, 그들이 모두 성소수자는 아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려는 마음을 갖고 나온 시민들이 다수였다는 게 맞을 듯하다. 우리사회에서 성소수자는 핫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동성애 반대 세력에 의해서 늘 막혀왔고, SNS에서 거리에서 이들에 대한 혐오는 넘쳐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에서 혐오세력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성수자 혐오에 최근에는 예멘 난민 문제로 난민 혐오가 더해지더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결이 나오자 병역거부자도 혐오의 대상으로 추가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난민반대 청원 940건, 예멘 난민 퇴출 청원이 800건에 육박했다. 전쟁을 피해서 도망쳐 온 사람들이 일거에 잠재적 범죄자 집단이 되어 버렸고, ‘엽기적 무슬림, 가짜 난민’ 프레임이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은 다양하지만 기독교 세력들이 거의 모든 혐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증오하고 자신들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배척하자는 생각을 선동한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든다. 왜 혐오의 대상은 약자이고, 소수자인가? 성소수자도, 난민도, 병역거부자도 그렇다. 장애인도, 여성도 그렇다. 모든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 강자들은 선망의 대상일지언정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소수자는 힘이 없는 약자임에도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들 중의 일부가 저지르는 범죄는 침소봉대되어 집단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매도한다. 정작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추고 사는 이들이 소수자임에도 혐오세력들은 이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킨다. 그러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혐오세력을 파헤쳐보면 그들은 극우세력들이고, 이들은 기득권 세력들이다. 그들은 거침없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을 동원하다. 그리고 대체로 그들은 민주주의를 싫어하므로 다양성을 인정할 줄 모른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내는 혐오는 그래서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권은 이런 혐오세력들과의 지난한 싸움을 통해서 차별의 벽을 허물어왔다. 자유와 평등을 향한 행진을 통해서 인권은 혐오를 넘는다. 지난 주말 퀴어 문화축제가 열린 시청광장에서 나는 그런 인권의 행진을 확인했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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