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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속 재계 투자 계획…"새로운게 없다"
반도체·태양광·친환경차 등 기존 사업 재탕?
2018-09-09 17:05:52 2018-09-09 17:49:55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정부의 국내투자 활성화 요구에 재계가 화답하며 잇따라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기존 사업' 중심이거나 이미 추진 중인 투자의 연장선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혁신성장에 호응하는 신사업 투자 계획도 포함되긴 했으나, 투자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9일 현재까지 투자 계획을 내놓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GS, 한화, 신세계 등 8개 그룹 발표자료의 단어들을 빈도 순으로 재배열한 결과 삼성은 소프트웨어, 바이오, 반도체 등이 핵심 키워드였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짧게는 수년 전, 길게는 수십년 전부터 육성해 온 분야들이다.
 
 
현대차는 협력사, 동반성장, 친환경차, 혁신센터 등이 부각됐다. 지난 2016년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이미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순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친환경차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배터리 및 수소 연료 공급 관련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업체와 협업해 시장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가 강조한 개방형 혁신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도 지난해 미국을 시작으로 확대 중이다.
 
포스코는 에너지, 소재 등이 핵심 키워드였다. 이 분야 역시 포스코가 수년 전부터 투자를 지속해 왔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포스코켐텍을 통해 리튬 소재 음극재 제조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12월에는 포스코ESM을 설립해 음극재 생산에도 나섰다. 올해 4월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는 철강, 인프라, 신성장 등 3대 사업군을 4:4:2의 비중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이 핵심 단어였다. 한화는 태양광과 방위산업이, GS는 스마트, 에너지 등이 부각됐다. SK의 경우 반도체·소재, 에너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을 특정했는데 이 또한 각 계열사를 통해 수년전부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이처럼 재계가 이제까지 발표한 투자 규모는 총 398조원에 달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넘어 기업들의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기업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초연결사회에 기업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만을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은 기업과 정부 양쪽 다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사회문제를 기업이 함께 풀어나가는 혁신이 필요한데, 그 방향성에서는 SK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지금처럼 무슨 경쟁하듯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본다"며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에 전전긍긍할 정도로 어려운 듯 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발표된 투자계획들은 비밀유지가 필요없는 '공개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재계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미래'였다.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 계획은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오픈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투자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모든 걸 공개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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