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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북 경제실세 만난 우리 경제인…경협사업 밑그림 그린 듯
북,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속도…유엔 일각 "대북제재 임시해제 검토"
2018-09-18 18:01:15 2018-09-18 18:01:15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한 경제인들은 18일 리용남 북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를 만났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후 진행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들과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등 경제 관련 공공기관장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리 부총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북한의 주요 고위관료 중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리 부총리는 무역상 등을 역임했으며, 떠오르는 북한 경제정책 실세로 꼽힌다.
 
각 기업의 주력사업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LG는 스마트폰·TV, 현대자동차는 철도, SK는 통신·에너지, 포스코는 인프라·자원개발 분야 등에서 남북 경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중 삼성전자와 LG는 과거 북한에서 TV를 위탁생산한 경험도 있다. 남북 간 철도·도로연결 실무회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당장은 유엔 대북제재로 경협이 불가능하지만 우리 정부는 향후 경협 재개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경협관련)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없다”면서도 “남북 간 진행해 오고, 논의해온 여러 협력 분야 대화들을 더 진척시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에는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하는 것으로 국가 전략을 수정한 상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키워드가 인민대중제일주의로 꼽히는데다 이번 문 대통령 방북을 기회로 자국 경제발전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제14차 평양 가을철 국제상품전람회(박람회)가 17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해 21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람회와 달리 발광다이오드(LED)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를 놓고 향후 대북제재 완화 후 국제사회와의 무역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용철 북 대외경제성 부상은 축하연설에서 “이번 전람회가 국가들 간 다방면적인 경제무역거래와 협조, 과학기술교류를 적극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주권 존중과 평등, 호혜의 원칙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과 대외 경제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박람회에 참여한 중국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놓고 향후 정세변화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대다수는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실리 네벤쟈 주 유엔 러시아대사는 1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남북 간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대북제재 임시 해제를 위한 특별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대북제재 위반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미국 공세에 대한 반론이지만, 우리 정부로선 반가운 발언이다.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평양공동취재단,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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