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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밀레니얼을 잡아라)"정신적 박탈감이 소확행으로…'회사=나'를 거부한다"
밀레니얼 내에서도 분화 양상…'끼인 세대' 고충 토로
2019-03-12 06:00:00 2019-03-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과거 급격한 성장기의 성공 법칙을 과신하고, 본인은 변화의 노력 없이 후배들에게만 새로운 생각과 노동력을 강요하는 세대", "회사가 곧 나의 인생이고, 가정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밀레니얼 세대가 갖고 있는 기성 세대에 대한 공통된 인식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간 관계나 회사 생활에 대한 본질적 인식 자체가 기성 세대와 다르다. 회사보다는 개인이 우선이고 실리를 추구하며 능력을 중시한다.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터득한 나름의 적응 방식인 셈. 이들은 "대학교까지는 보호를 받는 느낌인데 사회에 나오는 순간 사방이 적"이라며 "정신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화한 가치관 만큼이나 기성세대를 향한 반감도 상당히 높았다. 4대그룹 계열사 소속 A 과장은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오픈마인드로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존경스러운 어른 혹은 롤모델이라기보다 보신주의에 철저히 충실한 자존심 강한 꼰대가 대부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1980년대 중반 출생인 전문직 종사자 B씨는 "기성 세대들의 입장이 공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기준에서 나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토로했다. 
 
사실 이들도 기성 세대들의 삶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 업계 8년차 직장인 C는 "신입사원 시절 상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예전에는 상하관계가 뚜렷해서 무서운 선배들도 많았지만 잘못했을 때 선배들이 막아주고 다독여줘서 회사생활이 재밌었다'는 것"이라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각자 도생하기 바쁜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벨기에 전통의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가 직장인들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시그나타워에 팝업 이벤트 부스를 마련했다. 사진/뉴시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라는 격변의 시기를 하나의 특성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만큼 밀레니얼 세대 안에서도 분화 양상이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전반부에 해당하는 1980년대 출생자들은 기성 세대와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 사이에 끼인 과도기적 모습이 많이 보였다. 금융업계에 10년째 종사 중인 직장인 D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떠드는데 조직은 여전히 관료적이고, 창의력을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모순적인 세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상사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걸 후배에게 강요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며 "결국은 위도 아래도 챙기지 않는 개인주의로 빠지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후반부인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꼰망주'라는 말로 같은 밀레니얼 세대에 있는 선배들을 비꼬았다. 제조 대기업 신입사원 E씨는 "당연히 회사 이전에 내가 있는 것 아니냐"며 "워크숍은 왜 그렇게 자주 가는지, 개인사는 왜 서로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기성 세대와 밀레니얼 윗 세대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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